▲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일용직 용접공이 약 16년간 작업하다가 발병한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기저질환인 척추분리증과 척추전방전위증이 있었더라도 장기간 용접 작업으로 척추 부담이 누적됐다면 질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개인 신체적 특징” 요양급여 불승인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단독(최선재 판사)은 일용직 용접공 A(66)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 5일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1998년께부터 건설현장에서 용접 작업을 하다가 2017년 5~6월 서울 서초구 소재의 한 건설사에서 마지막으로 일용직 용접공으로 일했다. 장기간의 용접 작업 후유증은 4년이 흘러 나타났다. 2021년 1월 ‘척추분리성 척추전방전위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해 특별진찰을 한 결과 ‘추간판탈출증·추간공협착증’이 추가로 확인됐다.

용접 작업은 실제 허리에 부담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허리를 굽힌 채 비틀거나 뒤로 젖힌 자세로 팔을 뻗어 용접하는 형태로 일했다. 주로 좁은 공간에서 허리를 굽히거나 누운 자세도 많았다. 하루 평균 7시간36분 동안 4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용접기를 들고 작업해야 했다.

그러나 공단은 업무관련성이 부족하다며 요양불승인을 결정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상병 진행 정도가 기왕증인 척추전방위증의 자연경과적 진행수준을 넘어서지 않아 개인의 신체적 특성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소송을 냈다. A씨측은 고용노동부 고시 요건 대부분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근골격계 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으로 △전문의 요추간판탈출증 진단 △용접공 근무 △10년 이상의 용접 경력 △신체부담업무 중단시부터 최초 진단일까지의 기간이 12개월 이내 여부를 충족하면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판단한다.

엇갈린 감정, 법원 “업무관련성 높다”

A씨 주치의는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척추분리증과 전방전위증은 개인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직업력을 볼 때 추간판탈출증과 협착증은 자연경과 변화 이상으로 가속됐을 것으로 봤다. 법원 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도 경력 기간을 봤을 때 허리에 부담이 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신경외과 감정의는 척추의 자연적 노화 영향(65~70%)이 더 크다는 소견을 냈다.

법원은 공단 판정을 뒤집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최선재 판사는 “설령 원고에게 척추분리증이 있었더라도 그것만으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고, 원고에게 선천적으로 척추분리증이 있었는지, 용접업무로 인한 척추의 부담이 누적돼 척추분리증이 발병한 것인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경외과 감정의 소견은 배척했다. 최 판사는 “원고는 2012년께부터 이미 한의원에서 치료받은 기록이 있어 증상 발현 시점이 2018년 11월 이후라는 소견에는 의문이 있다”며 “의료기관 방문 횟수에 비춰 업무량이 과도하지 않았다는 소견은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초한 것”이라고 밝혔다.

A씨를 대리한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전방전위증의 경우 신체부담업무를 하지 않아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요추간판탈출증이 온다는 이유로 불승인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전방전위증이 있는 경우에도 누적된 업무부담이 추간판탈출증 진행을 가속할 수 있다고 본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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