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일본 닛토그룹의 법인 청산에 맞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7일 오전 한때 경찰과 굴삭기를 대동하고 건물을 철거하려는 사용자쪽과 대치했다.

굴삭기까지 등장, 노사 대치

금속노조에 따르면 노조 구미지부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노동자 17명은 이날 오전 경찰 수 명과 인부 2명, 굴삭기 1대를 동원해 노조사무실을 철거하려는 사용자쪽과 대치했다. 농성 중인 노동자 가운데 지회 조합원 13명은 철거에 대항해 노조사무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맞섰다.

사용자쪽은 지난해 10월 구미공장이 불탄 뒤 법인을 청산한다며 공장 철거를 시도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공장동은 철거허가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노조사무실이 속한 건물은 규모가 작아 허가가 아닌 신고대상이라 철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쪽이 실제 철거를 시도하지 않고 오전 중 철수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사용자쪽의 철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일에도 경찰을 대동한 채 철거업체와 함께 방문해 점검했고, 이전에는 구미시가 태풍 카논 상륙에 따른 안전점검을 한다며 진입을 시도해 대치하기도 했다.

LCD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업체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17년 주요 거래처였던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이전 뒤 매출이 감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다시 회복세를 탔지만 지난해 10월 화재로 공장이 사실상 전소한 뒤 아예 문을 닫기로 하고 희망퇴직을 받았다. 희망퇴직을 거부해 해고된 13명은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승계 대상은 있다. 닛토그룹 산하의 또 다른 한국 법인인 한국니토옵티칼이다. 닛토그룹 아래 4개 한국 법인 가운데 한 곳으로, 평택에 공장을 두고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처럼 LCD 편광필름을 생산한다. 구미공장 화재 뒤 일부 물량도 이곳으로 옮겨졌다.

구미공장 화재 전부터 청산 노렸나

이런 가운데 노조는 닛토그룹이 물량을 조절하며 화재 전부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청산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매출은 2017년 한때 7천843억원에 달했지만 LG디스플레이 공장 이전 이후 매출이 줄어 2018년과 2019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 닛토그룹 중국법인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장 폐쇄로 물량이 늘었다. 그러나 닛토그룹은 지속해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생산 안정화’를 조기에 하지 못한다고 질책했다.사용자쪽 공인노무사가 닛토그룹에 보낸 이메일에서 “KOHTECH(‘K’orea ‘O’ptical ‘H’igh‘tech’)의 생존 기간은 닛토그룹의 배려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KOHTECH 신임 노동조합 대표자들(현임 지회장 등)이 이러한 닛토그룹의 배려를 감사하게 생각지 못하고, 외부의 금속노조 구미 대표자들의 선동에 휘둘려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경우 언제라도 닛토그룹은 중국법인 생산물량을 KOHTECH에 이전해 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 KOHTECH는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그러다 10월 화재 뒤 아예 물량을 평택공장으로 이전하고 청산에 나선 것이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은 평택공장 이전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사용자쪽은 되레 농성 중인 노동자에게 4억원 가압류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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