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이 위험하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직무·성과급제의 첫 타깃이 되고 효율화·민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일방통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 공공성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집자>
 

▲ 이승철 공공운수노조 기획실장
▲ 이승철 공공운수노조 기획실장

지긋지긋한 민영화 악몽이 다시 시작됐다.

그간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은 정부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영리화 추진은 더 공격적이고 더 음모적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철도·전기·가스·의료·사회서비스 등 추진 영역부터 광범위하다. 기능 쪼개기와 입법, 시행령 제정, 지침을 통한 강행 등 공격 경로도 다양하다. 이 정도면 ‘민영화를 위한 정권’이라 부를 만하다.

철도 민영화의 핵심은 ‘쪼개기’다. 손쉬운 매각 환경을 구축하고,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 상황으로 일단 끌고 가기 위한 조치다. 외국의 민영화 사례에서도 나타나는 대표적인 수법이다. 국민 부담을 키우고 철도안전을 위협하는 수서고속철도(SRT) 확대, 시설·정비·관제 업무 쪼개기는 결국 같은 민영화 정책이다.

에너지 분야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전기의 40%는 이미 민간발전소가 점유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이 직접 수입하는 천연가스는 2005년 이후 15년 만에 30배가 늘어났다. 에너지 기본권보다는 이윤에 초점을 맞춘 민간 비중의 확대는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그 폐해가 드러났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지역별 전력판매를 대기업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사회보험·사회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날림진료로 이어질 비대면 진료 확대, 개인 질병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기려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및 ‘건강보험 빅데이터 상업화’가 추진 중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낮춰 아닌 재벌 대기업의 민간보험을 강화하고, 노후소득인 국민연금 수령액을 더 깎고 더 늦게 받게 해 재벌 대기업의 연금상품 가입 숫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계획이다. 1%에 불과한 공공돌봄마저도 민간에 이전하기 위해 분주하다. 말 그대로 민영화·영리화 종합세트다.

9월을 시작으로 11월까지 3회에 걸쳐 진행되는 공공운수노조 공동파업의 핵심 요구 중 하나는 ‘민영화·영리화 중단’이다. 재벌의 이윤을 위한 민영화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이다. 노동·인권·종교·기후·청소년 등 광범위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시민사회 공동행동’을 출범하고, 단지 파업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넘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스스로의 활동에 함께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당면한 민영화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민영화 음모를 항구적으로 막아야 한다. 구렁이 담 넘듯 은밀하게 (그러나 칼로 도려내듯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이 정부의 민영화 정책이다. 여러 민영화·영리화 관련 영역의 공동실천을 실현하려면 ‘입법 쟁취’라는 단일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에는 여러개의 민영화 제한 관련법이 상정돼 있다. 그러나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할 때 국회에 ‘보고’할 의무만을 정해 실효성이 없거나, 매각 절차를 강화하는 수준에 멈춰 있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 나타나는 ‘위장된 민영화’ 앞에 무력하다. 이에 민영화 대응을 ① 매각과 같은 협의의 민영화를 넘어 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국가책임으로 확장하고 ② 이미 민영화된 공공서비스를 다시 공영화하며 ③ 민영화 금지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 가치인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강조·확대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 바로 공공운수노조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서비스 민영화 금지 및 재공영화에 관한 기본법’ 제정이다. 그게 온 국민에게 평등한 기본권을 보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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