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됐지만 스토킹범죄 피해 신고 여성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자 10명 중 7명은 직장 상사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신당역 사건 이후 스토킹범죄 관련 법이 제·개정됐지만 형사 범죄로만 접근해서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일터 내 성폭력 문제를 여성노동자의 안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피해자 보호조치 의무 위반 신고해도, 과태료 부과 단 ‘1%’

4일 직장갑질119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신고한 여성 피해자는 올해 2분기 2천325명으로 1년 전(2천26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올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신고 사건 처리 현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 유형을 보면 피해자가 부하인 경우가 74.1%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지난해 9월14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에도 여성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직장내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이수진 의원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2023년 7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12조(직장내 성희롱 금지) 신고 사건(3천186건) 중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7.1%(225건)에 그쳤다.

같은 법 14조2항(조사의무), 14조4항(성희롱 확인 후 피해자 보호), 14조5항(성희롱 확인 후 가해자 징계)도 각각 과태료 부과 비율이 6.2%, 1.1%, 4.8%에 불과했다. 처벌 규정이 있는 14조6항(불리한 처우)로 신고해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경우는 7.8%에 그쳤다.

직장갑질119는 “일터 내 젠더폭력을 예방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용자는 국가의 솜방망이 처벌로 제대로 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 어고은 기자
▲ 어고은 기자

“젠더폭력, 일터 안전문제로 접근해야”

직장갑질119와 서울교통공사노조, 40여개 여성·노동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여성이 출근길에서, 일터에서, 귀갓길에서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형사적 처벌의 문제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일터 내 안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오훈 공공운수노조 인권국장은 “국제노동기구(ILO)는 일터 괴롭힘에 관한 협약에서 일터 괴롭힘을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와 학대 행위로 규정한다”며 “신당역 사건도 직장에서 벌어진 성적 괴롭힘 사건, 나아가 노동자 학대 사건으로 바라봐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호 변호사(직장갑질119)는 “신당역 사건 이후 제·개정된 관련법에는 일터 안에서 벌어진 스토킹범죄에 대한 사용자 책임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정부는 일터 내 젠더폭력을 부차적인 문제로 여기지 말고 사용자가 일터의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4~14일)’을 선포했다. 이날부터 온라인 추모공간을 열고 11~15일 신당역 10번 출구 앞 오프라인 추모공간을 운영한다. 14일 저녁 7시에는 추모 문화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공사에서 근무하는 역무원 설문조사를 포함한 1주기 모니터링 보고서를 11일 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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