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초소형 단추형 녹음기, 스마트워치, 보청기, 목걸이형 녹음기…. 전교조가 교사들에게 확인한 ‘교실 녹음기 피해 사례’에 등장한 녹음 기기 종류들이다.

31일 전교조 초등위원회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실시한 교실 녹음기 피해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학생이 교사와의 대화를 녹음하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파악하기 위해 실태를 살폈다. 짧은 조사 기간에도 200건의 사례가 모였다.

도청·녹음에 사용된 기기는 매우 다양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녹음, 동영상 촬영, 실시간 통화를 비롯해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펜형·목걸이형·시계형·초소형 단추형 녹음기를 확인했다. 스마트워치나 보청기를 통한 도청·녹음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교사와 학생 간 대화를 녹취하기 위해 각종 디지털기기가 활용된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녹음하고 이를 근거로 교사에게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상담 내용을 실시간 통화로 녹음하기도 했다. 교사와의 대화뿐 아니라 학교 폭력 문제와 관련한 증거를 마련하려 녹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교사들은 언제든 도청될 수 있다는 정신적 불안감을 호소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 교사는 “학생을 대할 때 가장 처음 드는 감정이 불신”이라며 “선량한 학생들조차 의심하게 되는 상황에 큰 죄책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조사에 응한 교사 다수는 불법 녹음과 실시간 청취를 막을 대책이 전혀 없는 상황에 불만을 토로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실 속 녹음·청취 자료는 불법적인 과정을 통해 취득한 것인데도 법정에서 증거로 적극 채택되면서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몰아가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교사가 녹음을 제지하자 학부모가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교조는 교실 내 동의 없는 녹취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규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불법 녹음·청취를 차단하고 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국회에 개선책을 주문할 계획이다.

한편 최근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수업내용·교사발언 등을 실시간으로 청취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학부모는 스마트폰을 통해 아무 때나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을 활용해 자녀 행동과 교사 발언 등을 감시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면서 초등교사들을 중심으로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인 9월4일 개최되는 ‘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행사에 집단적으로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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