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3명은 ‘공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명 중 1명은 휴게시설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라도 산업단지 정책을 마련할 때 노동환경을 논의하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30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2023년 체감경기 노동조건 실태조사 산업단지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월20일부터 4월28일까지 전체 응답자 가운데 사업주·무직자, 노조 조합원을 제외한 5천377여명 중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2천69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이동주·김용민 의원과 민주노총·금속노조·화섬식품노조가 공동 주최했다.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산업단지는 노사관계를 비롯한 한국 사회 노동자 현실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며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240만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들을 위한 노동·복지 정책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노사협의회·근로자대표 실질적 역할 못해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3명(31.3%)은 ‘공짜노동(조기출근·무급노동 포함)’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 안에 임금체불을 경험한 경우(3.2%)까지 포함하면 3명 중 1명(33.1%)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응답자 10명 중 3명(31.8%)은 휴게시설이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부터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된 20명 이상 사업장 중에서도 20명~29명 사업장은 35.1%가, 30명~99명 사업장은 32.2%가 휴게시설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사협의회나 근로자대표는 실질적인 노동자 이해대변기구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협의회가 ‘있다’고 답한 경우는 17.6%에 불과했고, 법적으로 설치가 의무화돼 있는 30명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해도 ‘있다’고 답한 사례는 30.7%에 그쳤다. 근로자대표도 응답자 22%만 ‘있다’고 답했다. 근로자대표 선출방식에 대해서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도 37.7%나 됐다. 민주노총은 “노사협의회와 근로자대표제는 아예 없거나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현장에서 노동자의 이해대변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집단적 노사관계의 기본적 주체는 노조임을 인정하고 노조를 통한 노사대등 결정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단지 정책, 노동 빠져 반쪽짜리”

산업단지 관리·운영과 관련한 정책을 마련할 때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해 논의하고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단지 근로자 처우개선위원회’를 구성하고 산업집적활성화 기본계획과 산업단지 관리지침에 근로자 고용 및 처우개선에 관한 사항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당장 법 개정으로 산업단지 노사 공동 협의기구를 신설하기 어렵다면 노동관계법령상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주영 부원장은 “산업단지 입주기업체와 소속 근로자들의 공동 노사협의회,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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