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

2024년 예산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악화한 예산이란 지적이다.

R&D 예산↓ 총선 겨냥 SOC 예산↑

정부는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예산보다 2.8% 증가한 656조9천원 규모로 예산안을 통과했다.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증가율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건전재정이라고 주장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30일 ‘2024년 예산안에 대한 촌평’에서 “총수입 증가율은 -2.2%로서 5%의 차이가 있다”며 “건전재정은 씀씀이를 줄이는 게 아니라 전체 수입 대비 지출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준칙을 위해 주장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적자는 이번 예산안에서 이미 3.9%로 넘어섰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재정 누수요인을 차단해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2023년 24조원을 줄인 데 이어 2년 연속이다. 하지만 정 소장은 “무엇을 구조조정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예산은 정치고, 정치란 자원의 권위적 배분인데, 투명한 정보공개 없이 어떻게 합의를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31조원에서 25조9천억원으로 16.6% 깎은 것도 우려했다. 정 소장은 “R&D 예산 분류 이래 단 한 번도 축소된 적 없다”며 “지난 20년간 R&D 예산은 5% 수준을 유지했지만 내년은 3.94%로 30년 전으로 회귀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SOC 예산은 24조9천억원에서 26조1천억원으로 늘었다. 정 소장은 “수도권 GTX, 가덕도, 서산공항 등 주로 철도와 항만, 항공에서 늘었다”며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지방재정에서 중요한 교부세가 77조5천억원에서 71조2조원으로 8.2% 줄었고, 복지예산(226조원→242조8천억원)은 늘었지만 내용에서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재정의 기능은 자원배분과 소득분배 이외 경기조절 기능이 있다”며 “적극적인 재정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어려워도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며 “R&D는 이념과 상관없는 모두에게 지지받는 미래 투자 분야”라고 강조했다.

야당 “경제성장률도 갉아먹고 성장잠재력도 훼손할 것”

야당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R&D예산 2조2천억원 삭감은 부자들에게 깎아준 법인세 24조9천억원, 종합부동산세 2조7천억원만 제대로 걷었어도 삭감하지 않아도 됐을 예산”이라며 “과학이라는 단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옹호할 때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에 투자할 때 써야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재정도, 민생도 파탄나는 예산”이라고 질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의원과 김용신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복합위기의 시대에 선진국들이 앞다퉈 정부 역할을 확대하고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교육과 복지에 사력을 다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지금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고 파국적 긴축을 선택했다”며 “경기침체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국민에게 위기의 부담을 떠넘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당은 논평에서 “감세 정책을 지속하면서, 상식 밖 초긴축 예산은 경제성장률도 갉아먹고, 성장잠재력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과학기술·기후위기·남북관계·고용·지역 등에서 거꾸로 가는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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