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 중심의 폐쇄적 기관 경영 논란으로 시작한 한국안전기술협회 내부갈등이 고용노동부 시정지시 이후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023년 6월2일자 13면 “한국안전기술협회 직원 폭행 사건으로 몸살” 기사 참조>

한국안전기술협회
한국안전기술협회

비영리기관인데 주식회사처럼 운영
기관 운영 수익, 출연자에 수당으로 배분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안전기술협회는 비영리기관 취지를 벗어난 기관 운영, 외부인 경영참여 확대 등을 놓고 노사가 갈등하고 있다.

2009년 설립한 협회는 노동부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산재예방 업무를 하는 비영리기관이다. 설립 당시부터 정관에 따라 출연자(사원)만이 회장을 맡고 있다. 노동부 출신 2명을 포함해 모두 13명의 출연자가 사원총회를 열어 회장 임명과 해임 등을 정한다. 이사회 이사와 감사도 출연자가 맡으면서 협회 운영 전반을 출연자들이 결정하는 구조다. 비영리기관이어서 노동부 관리·감독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정관에 따라 외부 감시에서 벗어난다.

출연자에게 집중된 권력은 내부 갈등을 촉발하기도 한다. 지난 3월 다수 출연자는 사원총회를 열어 당시 송아무개 회장을 해임하고, 윤아무개씨를 신임 회장으로 임명했다. 송씨와 윤씨 두 사람은 경영권을 두고 법정다툼까지 벌였다. 윤아무개 회장 내정자는 회장 임기를 시작하기 전 직원을 폭행한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근로기준법상 폭행 금지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해임됐던 송아무개 회장은 7월에 회장 자리에 복귀했다. 사원총회에서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회장직을 수행하기로 했다. 10월부터는 우아무개 전임회장이 다시 3개월 기간의 회장직을 맡기로 내정돼 있다. 회장 자리를 두고 사원 간 권력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연자 중심의 폐쇄적 기관 운영은 비영리기관이라는 본연의 취지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부는 5월 협회를 감독하고 △자문위원(출연자) 수당 지급 △(출연자 참여) 협회 TF 운영 및 수당 지급 △안전기술연수원 운영 관련 등 세 가지 사안에서 문제가 있다며 시정지시를 했다.

비영리기관인 협회는 기관 운영으로 수익을 내더라도 출연자들에게 배분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협회에서는 출연자들을 자문위원으로 임명해 수당을 지급하고, 일부 출연자만으로 협회 TF를 구성해 수당을 지급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안전기술연수원을 설치한다며 출연자 중 한 명을 원장으로 임명하고 임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연수원은 끝내 설립하지 못했지만 연수원장은 설립 준비 작업을 했다는 명목으로 14개월치 임금을 받아 갔다. 협회 출연자가 각종 수당을 만들어 협회 이익을 빼 내갔다는 의혹을 사기 충분해 보인다. 노동부는 자문위원 운영·TF 운영 등을 제한하라는 시정지시를 하면서도 강력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영리활동을 한 점이 사실로 확정되면 비영리기관 지정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인 경영참여 확대’ 정관 개정, 노사 합의했지만

자정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조와 송아무개 현 회장은 지난 6월 사원수 확대, 이사회 구성 확대, 외부인사로 감사를 구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문을 작성했다. 12월 정관 개정을 목표로 협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노사합의 이행이 힘들 수 있다고 벌써 우려하고 있다. 김영현 한국안전기술협회노조 위원장은 “송 회장의 임기는 9월이고, 10월부터 우아무개 회장이 들어오기로 내정돼 있다”며 “노동부 시정지시가 나왔던 사건들이 과거 우아무개 회장 재임시절 발생했다는 점에서 협회 개혁이 이뤄질 것인지, 노사합의가 이행할 것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협회 직원 다수는 우 전 회장의 복귀를 반대하고 있다. 노조가 지난 16~18일 조합원 149명을 대상으로 벌인 우아무개 회장 찬반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137명(91.9%)이나 나왔다. 노조는 노동부가 우 전 회장 복귀 반대 의견을 밝히고 노사합의 이행을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관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협회에서 영리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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