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대상판결 :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7. 20. 선고 2022가합100033 판결

1. 사실관계의 요지

원고 강동문화재단은 강동아트센터와 관내 공공도서관의 운영을 주 사업으로 하는 강동구 출연 재단법인이고, 피고들은 원고 재단의 근로자로서 민주일반노동조합 강동문화재단분회 분회장 및 강동아트센터 소속 무대·조명·음향·기계감독 노동자다.

재단 노사는 2021년도 임금 교섭 결렬 후 쟁의조정신청을 거쳐 2021년 6월21일자로 조정 종료 결정을 받고,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이후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1년 11월11일 오후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11월12일 오후 6시30분에 파업전야제 소집 공고를 올린 후, 11월12일 오전 11월13일 토요일부터 11월14일 일요일까지 양일간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을 공고했다.

한편 파업전야제가 예고된 11월12일 금요일 저녁 7시30분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및 소극장에는 각각 발레공연과 어린이 뮤지컬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피고들은 11월12일 금요일 오후 6시경 대극장 및 소극장의 음향·조명·기계 등 장비 전원을 끄고 모두 퇴근했고, 원고 재단은 같은 날 오후 3시경 ‘공연이 불완전 진행되고 110% 환불을 하겠다’고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가 오후 5시58분 발레 공연이 취소됐다는 공지를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이후 피고들은 11월13일 토요일 오전 11시 노동조합의 양해 아래 파업을 중단하고 사업장에 복귀했으나 원고 재단은 이날 및 다음날인 11월14일 일요일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이후 원고 재단은 2022년 1월3일 이 사건 소 제기를 하는 한편, 업무방해죄 혐의로 피고들을 고소했다.

2. 원·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들이 공모해 예정된 공연을 불가능하게 하도록 대극장과 소극장의 무대 메인 구동장치를 잠그고 철수함으로써 업무방해죄를 저질러 합계 3억4천576만020 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극장 장비의 전원을 이유없이 끄고 퇴근함으로써 이를 다시 켜기 어렵도록 하는 방식으로 극장 장비의 사용을 불능케 한 것이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피고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조업방해’를 저지른 바가 전혀 없고, 공연이 예정돼도 피고들이 연장근로를 하지 않고 퇴근하는 것은 적법하며, 퇴근 시 각자 담당하는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는 것은 장비의 전문적인 유지·관리의 일환으로 적법하고, 원고 재단은 피고들이 오후 6시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하기 전에 이미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으므로 손해를 야기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주장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정시퇴근한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돌입 경과에 비추어 원고 재단이 당시 파업전야제 개최 및 전면파업 돌입이나 피고들의 파업 참여를 전혀 예측할 수 없지 않았고, 파업전야제 참가시에는 극장 장비 전원을 끄는 조치도 예상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각 공연이 취소됐고 원고 재단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체행동권의 핵심인 쟁의행위에 의한 것이고 실제 재공연이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춰 원고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는 등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피고들의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나. 집단적으로 극장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을 한 것 자체가 위법한 조업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피고들이 공연을 앞두고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쟁의행위의 일환에 해당하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며 피고 또한 이것이 적법한 쟁의행위임을 다투고 있지 않은 점, 피고들이 극장 장비 전원을 끄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무력행사나 원고의 소유권 침해 등이 수반되지는 않았던 점, 극장 장비의 전원을 다시 켜는 데는 특별한 용법이나 장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원고 측이 이를 다시 켜서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공연 직전에 퇴근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쟁의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고, 이에 따라 원고 전부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가. ‘공연 취소’로 사업운영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에 대한 선례

대상판결은 ‘쟁의행위는 사용자 업무에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기본권 행사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 업무의 지장 초래가 당연히 불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을 확인했다. 비록 예정된 공연들이 취소되더라도 원고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의 초래를 불인정했다. 이러한 설시는 업무방해죄의 위력 판단에 헌법상 기본권 행사인 쟁의행위로 초래된 결과를 엄격히 판단해야 하고, 공연을 주요한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공연 자체가 취소되더라도 업무방해로 볼 수 없음을 확인했다.

나. 근로자가 관리하는 장비 전원을 끄고 퇴근한 행위가 ‘조업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원고 재단의 주장으로 인해 특이하게도 민사소송에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서도, 결국 피고들이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정시에 퇴근한 행위가 노조법상 금지되는 쟁의행위의 방법으로서 ‘조업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의의가 있다.

변론과정에서 피고들은 이 사건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공연 취소는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돼야 하고(노조법 3조), 피고들의 구체적인 행위가 노조법상 금지되는 ‘조업방해’의 요건 즉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거나(37조3항),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의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38조1항)에 해당될 수 없음을 구체적으로 주장했다. 특히 노조법 38조1항의 조업방해는 그 대상이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해당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해야 성립할 것인데(대체근로자는 예외), 피고들의 행위는 본래 자신이 관리하는 극장 장비의 전원을 끄고 퇴근한 것일 뿐 위 조업방해의 방법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의 방해에 이를 수 없음을 강조했다.

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 인정 범위의 제한

원고는 이 사건 공연 취소로 인해 ① 기 투입된 제작비용, ② 취소된 공연의 판매액 및 추가 환불금, ③ 재공연 비용, ④ 반환해야 할 공연 지원금 상당을 손해로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재공연이 이뤄졌거나 예정된 이상 이 사건 각 공연의 순수 제작비용이 원고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공연으로 인한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바 위 금액 전부를 원고가 입은 손해로 보기 어려워 보이는 점’이라고 판시하면서 제작비용을 손해로 불인정하는 한편 재공연 수익까지 손해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잔존가치가 측정될 수 있는 일정한 ‘재화’가 아닌 점에서 제작비용 전액이 손해로 계상되는 특성은 불가피할 수 있으나, 재공연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소극적 손해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전부 손해로 인정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있다.

5. 결어

대상판결은 소극적 근로제공의 거부와 이에 수반되는 관리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또는 노조법상 조업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의한 적법한 쟁의행위의 보장 차원에서 업무방해 또는 조업방해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설시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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