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제 보건의료노조 홍보국장

‘국민의 마음에 직접 가닿고 싶다.’

조합원 수기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가졌던 생각이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이야기가 살아 있는 책을 만든다면, 읽는 사람 역시 그 안에 온전히 빨려 들어가 의료현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모른다. 심지어 자신이나 가족이 입원해도 병원이 제공해 주는 정보에 의지할 뿐, 의료진의 설명을 뛰어넘거나 권유를 거절하기 어렵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료영역은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 폐쇄적이고 정보 접근이 쉽지 않은 탓도 있다. 그래서 변화가 더디고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불신과 오해가 생기기 쉽다. 우리 노조는 이런 불신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국민에게 알려주고, 나아가 모두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매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환자들과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일상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우리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말하고 싶었다. 순서를 정해 필요한 것을 함께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연 조합원들이 생생한 이야기를 많이 보내 줄까?’라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3교대 근무로 파김치가 돼 퇴근하는 조합원들에게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응모한 글들을 보며 ‘우리 조합원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력 부족과 불법 의료, 간병비 부담, 코로나19 네 분야로 나눠 모집한 원고들에는 병원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인력 부족으로 빚어지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망라돼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제시됐다. 비록 전문 작가의 글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보고 겪은 일들을 가장 생생하게 그려 내고 해결책도 함께 고민한 글들을 책으로 엮어 내면서 ‘현장이 답이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하게 됐다. 머릿속으로 고민해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주말드라마보다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진실이 가지는 힘은 정말 크고 대단했다.

심사위원과 수상작을 책으로 엮기 위해 추천사를 부탁드린 많은 선생님도 많은 국민이 이 책을 읽고 의료현장을 제대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평해 주셨다. 북 토크쇼에서도 파업 집회를 하며 노조의 요구를 알리는 것보다 책을 통해 의료현장의 실상을 알리고 국민의 공감을 얻는다면 파업보다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여 주셨다.

내가 일하는 보건의료노조는 국민 건강을 위해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 왔고 지금도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아픈 사람 누구나 1년 내내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고, 더 아픈 사람이 더 많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암 환자부터 건강보험 보장률을 95%까지 높여 왔다. 비싼 병원비의 주범인 비급여 치료를 급여화하고 간병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상주 보호자나 간병인이 필요 없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모든 병동으로 확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노조가 열심히 활동하는 것과 더불어 현장의 이야기가 많은 국민에게 소개되고 공감을 얻는다면 노조의 활동이 더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고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소중한 글을 응모해 주신 조합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더 많은 국민이 우리 노조에서 펴낸 수기집 <덕분에 라더니, 영웅이라더니. 의료현장의 민낯을 증언하다>을 읽고 공감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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