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판매시장이 훈풍이지만 완성차와 부품사의 온도는 달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0%와 13%를 기록했지만 자회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조차 영업이익률은 각각 4.2%, 2.8%에 머물렀다. <자료사진 pxhere>

현대자동차그룹이 5분기 연속 높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자동차업계에 훈풍이 분다. 그러나 내실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경고등은 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래차 전환이 절실한 부품사들은 웃을 수 없는 환경이다.

현대차그룹, 세계 자동차 판매 3위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를 묶은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자동차 판매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이어 두 번째다. 현대차그룹의 상반기 판매는 두 곳 합쳐 365만7천500대로, 1위 도요타그룹(541만9천대)과 2위 폭스바겐그룹(437만2천대)과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경쟁상대인 스텔란티스그룹(332만7천대)보다는 높다. 특히 북미 완성차 시장 점유율은 10.6%로, 스텔란티스그룹 10.5%를 제쳤다. 현대차그룹이 선전하면서 국내 승용차 수출액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관세청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승용차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6.4%나 증가한 166억달러다. 고공행진을 했던 1분기(154억1천달러)보다도 많다.

수출 호조를 기록한 것은 자동차 판매시장이 고급차 위주로 개편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경기가 좋지 않아도 고급차 모델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전기차 매출도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비싼 차가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다. 실제 현대차 기준 전체 판매의 58.7%가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매출·영업이익은 우상향에도 부품사 상황은 달라

겉보기에는 이런 완성차의 좋은 흐름이 부품사로도 전이하는 모습이다. 현대모비스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01%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55.56% 늘었다. 현대위아는 2분기 2조2천85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올랐고, 영업이익도 652억원으로 22.7%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대비된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10%다. 기아는 13%로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나 현대모비스 영업이익률은 4.2%에 그쳤고, 현대위아도 2.8%에 머물렀다. 완성차와 비교하면 온도차가 크다.

현대차그룹 자회사의 영업이익률이 낮아 다른 부품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2분기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부품사가 다수라 속단은 어렵지만 자동차업계 훈풍이 완성차 몇 곳에만 머무를 수 있는 셈이다.

실제 국내 부품사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로의 전환 기로에 놓여 있지만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부품사들이 약진하고 있어 위기감은 커진다. 중국에는 약 13만곳의 부품사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자국을 중심으로 소형 전기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항구 원장은 “중국 부품사들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미래차 부품 점유를 높이고 있고 특히 전장부품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물량과 기술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우리나라 부품사들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장부품은 전기장치 부품을 모아 부르는 말로,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에 모두 투입되는 부품이다.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특성상 북미시장을 두드리진 못하고 있지만 유럽 등에 영향력이 크다. 특히 지난해 기준 중국산 차량 전장부품 국내 수입액은 2조6천625억원으로, 전체 수입액의 66%를 차지한다.

국내 부품사 전환 방향성도 불투명, 위기 지속

이에 비해 우리나라 부품사들은 미래차 전환 시도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자동차산업 미래차 전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품사 350곳 중 미래차 전환을 추진 중이라는 곳은 37.7%(132곳)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미 양산을 해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곳은 14.9%에 그쳤고 연구개발 중이라는 응답은 10.6%로, 시제품제작은 4.3%로 나타났다. 미전환이라는 응답이 62.3%에 달했다.

부품사들이 전환과 관련해 부족한 전문인력으로 꼽은 대목을 살펴보면 대강의 전환 방향을 짐작할 수는 있다. 미래차 전환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물은 질문에 응답사 28.8%가 전기차 배터리 관련 인력을, 23.5%가 전기차 구동 모터류 관련 인력을, 17.4%가 전기차용 기타부품 전문인력을 꼽았다. 모두 전기차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적확한 해석은 아니지만 전기차 관련 수요가 높고 자율주행 같은 분야로의 전환 수요는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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