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향후 10년간 손실액이 7조원을 넘고 국가경제에도 15조원의 손해를 입힌다고 한국재무학회가 분석했다. 아울러 산업은행 본점 거래기업 70% 이상이 부산 이전시 다른 금융기관과 거래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본점 거래기업 80% “이전 반대”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위원장 김현준)는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한국재무학회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시 향후 10년간 재무적 파급효과를 산출한 결과, 산업은행 기관 손실 누계액은 7조3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산업은행이 거둬들인 당기순이익 4천650억원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업무별 예상 수익 감소분이 6조5천337억원으로 손실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익 감소 요인으로 △동남권에 절대적으로 적은 거래처 △기존 고객의 거래 중단 △신규 형성되는 딜에서 배제 △인력 이탈로 금융 전문성 약화 등이 꼽혔다.

실제 산업은행 본점 거래기업 80% 이상이 부산 이전에 반대했다. 노조가 설문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을 통해 본점 고객기업과 협업기관 종사자 930명을 대상으로 부산 이전 인식 조사를 한 결과다. 특히 직접적 거래 당사자인 기업별 재무 및 자금부서 직원 90%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부산 이전시 다른 금융기관과 거래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2.6%나 됐다. 불편 사유별로 보면 “신디케이트론 등 다양한 금융구조 형성이 어렵다”는 이유가 84%로 가장 높았다. 최근 기업대출은 여러 금융기관이 하나의 그룹을 형성해 공동 대출하는 신디케이트론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거래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이 이처럼 부실해질 경우 국가경제 손실은 15조5천781억원으로 추산됐다. 부산 이전으로 인한 긍정적인 파급효과는 1조2천452억원으로 미미하며, 그마저도 78%(9천703억원)가 동남권에 편중된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구조조정 기업들의 부도 위험 증가에 따른 부가 손실(22조156억원), 산업은행 손익 감소에 따른 정부배당금 지급 불가, 국제금융중심지로서 서울의 브랜드 경쟁력 훼손 등 계량화가 어려운 손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산은 지역본부, 균형발전 컨트롤타워 돼야

금융공기업의 지역 이전이 국가균형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2005년부터 총 29개 금융공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했으나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며 “특히 민간 금융기업, 연관 업종 동반 이전 없이 금융공기업 클러스터 조성만으로 금융 집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역사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비현실적·비효율적인 금융공기업 분산 정책 대신 지역산업 육성 연계 금융발전방안을 수립해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 정책금융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며 “산업은행이 운영 중인 8개 지역의 지역본부가 국가균형발전의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사측과 노조는 부산 이전에 대한 상반된 용역연구를 발표한 상황이다. 사측은 최근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전 조직과 기능 부산 이전 계획을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김현준 위원장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을 향해 “양측의 컨설팅 결과가 나왔으니 공개토론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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