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선호 변호사(금속법률원 경주사무소)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3년 5월19일 금속노조 규약(하부조직이 총회를 통해 집단탈퇴를 할 수 없도록 한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 규정’)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했다. 노동부는 금속노조가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 규정’ 4조1호에서 ‘해당 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 불가’를 정한 것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예외적으로 조직형태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5조1항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 및 16조1항8호 ‘총회를 통한 조직형태변경’에 위반된다고 봤고, 서울지노위도 그대로 인정했다.

노동부 시정명령에 관해 논의하기 전에 명확하게 할 점이 있다. 먼저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의 상급단체가 아니다. 금속노조 자체가 노조법상 단위 노조다. 포스코지회는 금속노조가 자체적으로 편제한 내부조직일 뿐이다. 마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포스코지회라는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변경을 막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자료를 뿌린 노동부의 인식은 왜곡된 것이다. 또한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가입하고 탈퇴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포스코지회에 편제된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의 이념과 활동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다.

산별노조 하부조직의 조직형태변경 관련 노동부 시정명령의 법적, 정책적 문제점은 크게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조직형태변경 관련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에 대한 규율 및 통제의 한계에 관한 것이다. 노동조합의 규율과 통제에 관한 사항은 노조법 11조15호가 정한 규약상 필수기재 사항이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의견수렴, 결정사항의 효율적인 집행, 공동투쟁의 조직, 일상적 연대 활동, 상호지원 활동 강화 등을 위해 지부, 지회 등의 하부조직을 두고 있다.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의 개별적인 탈퇴는 자유롭게 보장하지만 하부조직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해 집단탈퇴를 금지하고 있다. 포스코 노동자들도 2018년 9월께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이런 운영방식에 동의했다. 가입·탈퇴와 관련해 금속노조 규약 및 전결규정에 따른다는 내용의 포스코지회 규칙도 총회에서 승인했다. 하부조직에 편제된 조합원들 스스로 해당 단위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집단적 탈퇴를 금지한 규정을 승인했고 산별노조가 자유로운 개별탈퇴를 막고 있지 않다면, 집단탈퇴 금지 규정은 유효한 내부통제로서 인정돼야 한다.

둘째, 노동조합의 내부 운영에 대한 행정관청의 개입과 한계에 관한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87호 3호도 노동조합이 자유롭게 규약과 규정을 정하고, 관리 및 운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노동조합의 내부행위가 법령에 저촉되더라도 행정관청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노조 운영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하되 법령 위반일 경우 방어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법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ILO 결사의자유위원회 판정해설집 464항, 2018년). 노동조합이 노동부의 규약 시정명령을 받고도 30일 이내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기소돼 형사처벌까지 되는 범죄행위다. 그런데 노조법은 노동위원회의 규약 시정명령 의결 과정에 노조가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절차도 두지 않고, 노조는 행정관청의 자의적인 판단에 제대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노동부가 산별노조 조직형태변경 관련 내부통제 사항에 대해서 직접 개입한 것은 행정관청의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셋째,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운운하면서도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기업별 노조 및 교섭형태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의 문제다. 노조법상 조직형태변경 제도의 도입 취지는 기업별 노조의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간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사건에 대한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96120)은 이런 제도의 취지를 무시한 법관에 의한 법형성이었다. 이제 행정관청이 노골적으로 산별노조의 기업별 노조로의 조직형태변경을 부추기고 지원하고 있다.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은 원칙적으로 노조법상 조직형태변경의 주체가 아니고 판례에 의해 예외적으로 주체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금속노조는 내부통제를 위해 집단탈퇴만을 금지하고 이에 대해서 해당 단위 총회에서 승인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개별적인 탈퇴를 막지 않는다. 그런데도 노동조합을 혐오하고 배제하는 정부에서 노동조합 가입과 탈퇴의 자유를 운운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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