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지난 7월20일 부산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25일 신축공사 현장의 주차타워 단열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이주노동자였다.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1년4개월 만에 재판이 열린 것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함께하는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부산운동본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기소내용 확인과 재판 방청을 위해, 언론에서 사건번호와 재판 기일을 확인했다. 첫 기일이 연기되고, 7월20일 첫 재판이 시작됐다. 부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재판이었던 만큼 부산운동본부에서 선전전과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했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이어지는 중대재해처벌법 재판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계속 발생하고 있는 중대재해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사건도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만 제대로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중대재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은 피고인 모두가 노동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게끔 해야 할 안전조치 의무를 대부분 미이행했고, 다수의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줬다. 하지만 혐의 내용 모두 인정하겠다던 피고측은 도급공사 기간이 단기간이었던 점을 이야기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다 이행하기 어려웠고, 공사 전반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은 지켰다고 답변했다.

피고측의 답변에 재판부와 검찰이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더 지켜봐야 한다. 건설공사 특성상 여러 단계에서 많은 업체의 전문 공사가 이뤄지기에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보건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고 관리할 의무가 원청에 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과 재판부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피고인 원청업체가 2021년 6월에도 다른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 사망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이다. 그 당시 어떠한 처벌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반복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임을 유념해야 한다.

얼마 전 부산운동본부는 올해 1~6월까지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조사결과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모두 ‘비공개’ 통보했다.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오죽했으면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을 취재하러 온 언론조차도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정보접근이 너무 어렵다며 하소연했을까? 이러한 노동부의 기만적인 태도와 모든 법 조치를 했다는 피고측의 답변을 들으면서,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죽음을 맞은 재해자와 유족들의 황망함에 애통했다. 왜 사망했는지 제대로 설명이라도 들었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다.

최근 현대비엔지스틸, 이편한세상, 대우조선 등 많은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된다. 심사숙고한 진단과 해결방안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노동부와 정부는 비공개로 일관하는 태도를 바꿔 중대재해 조사보고서를 공개해 사고원인을 제대로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이나 작업자의 의견을 수렴해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때 중대재해는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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