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교사노조와 전국초등교사노조는 20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추모하고 사실확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사노조연맹>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신규교사 A(23)씨가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교원단체와 교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보다 10배 힘들다” 말 남긴 고인

A씨는 지난 18일 오전 11시께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교보재를 보관하던 교실 옆 공간에서 동료 교직원이 발견했다. A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학년 담임을 맡은 새내기 교사였다.

20일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A씨는 학교생활이 어떠냐는 동료 교사의 질문에 “그냥 작년보다 10배 정도 힘들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노조는 “고인의 동료가 제보한 바로는 지난주 고인이 맡았던 학급에서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이마를 연필로 긁어 상처를 입은 아이의 학부모가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거나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거냐’는 항의를 했다고 한다”며 “고인의 죽음은 학부모의 민원을 담임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는 고인이 학교폭력 담당 업무를 맡아 학부모에게서 심한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지만 고인은 나이스 관리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서이초등학교장은 입장문에서 “해당 학급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학교폭력과 관련해 고인이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일도 없다”고 해명했다.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고인 동료에 따르면 학급 내 아이 4명이 갈등을 빚어 고인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며 “학교폭력 사안으로 공식화되지 않았을 뿐 학급 내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고인 죽음과 관련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제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 노조·유족 “진실 밝혀야”

서울교사노조와 전국초등교사노조는 이날 오후 4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모의 뜻을 밝히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고인의 외삼촌도 참여했다.

고인의 외삼촌은 “지속적인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고인의 고충이 있었는지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학교에서 나온 입장문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식인데 왜 사회초년생이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정확한 답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카를 죽음으로 내몬 학교의 교육환경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일련의 상황에 대한 관계자의 구체적인 진술과 판단을 통해 교사가 왜 학교라는 장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를 추적해야 한다”며 “교육당국은 단편적인 판단을 하지 말고 명확한 진상규명에 나서 달라”고 밝혔다.

전교조도 이날 오후 3시 같은 자리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전교조는 애도 성명에서 “개인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 실수와 책임에 노출되는 불안감이 학교 구성원 모두를 힘들게 한다”며 “교사를 개인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애도의 뜻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 이주호 장관은 이날 열린 전국시도교육감간담회에서 “고인과 유족에 애도를 표한다”며 “교권 침해가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양천구의 한 공립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 A씨가 제자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은 사건도 있었다. 조희연 교육감은 해당 사건을 거론하며 교육감협의회와 국회, 교육부가 참여하는 교권보호를 위한 공동논의테이블 구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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