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일반노조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경비원의 동료를 해고한 관리사무소측 조치가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해고된 경비원은 동료의 죽음이 갑질을 한 관리사무소장 책임이 있다며 항의집회를 주도했다가 계약갱신이 거절됐다.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길재 전 선경아파트 경비대장이 경비 용역업체인 상우시스템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지노위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나,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경비대장은 경비용역업체 현대관리시스템 소속으로 해당 아파트에서 2021년 2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일했다. 1년 단위 계약을 체결했고, 자동으로 계약이 갱신됐다. 용역업체가 지난 1월1일 상우시스템으로 변경되면서 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3개월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업무평가는 없었다. 이 경비대장은 3월14일 동료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갑질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동료 경비원 약 80명과 함께 항의 집회를 여러 차례 개최했다. 상우시스템은 3월30일 이씨에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했고, 경비원 중 이씨만 3월31일자로 계약갱신이 거절됐다.

“경비소장 갑질 때문에 사직 의사, 나중에 철회”

이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근로계약 기간을 사실상 1년으로 봐야 하고,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3개월 만료를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씨측은 “사측은 갱신거절 사유를 전혀 밝히지 않았고, 매일 업무와 특이사항 보고를 하는 등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집회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참여한 것이 갱신거절 이유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상우시스템은 계악만료에 합리적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이씨가 동료 사망 전까지 동료 직원들과 관리소장에 그만둔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며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으며, 실체도 없는 관리소장의 갑질을 주장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씨측은 “사직의사는 관리소장 갑질이 너무 힘들어서 나온 것으로 진의가 아니었고, 진의였다고 해도 사망 후 사직하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의사표시를 했다”고 반박했다.

“갱신기대권은 인정, 거절은 합리적 이유 있어”

서울지노위는 이씨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면서도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상우시스템이 이전 용역업체에 소속된 경비원 77명 중 66명을 재고용한 점, 계약기간이 종료되자 별다른 기준이나 평가 없이 4월1일자로 근로계약을 갱신한 점, 이 씨를 제외한 나머지 경비원들은 3개월 계약이 갱신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갱신거절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봤다. “이씨가 근로계약 종료 전 아파트 관리소장과 동료직원에 사직 의사를 표시했고, 상우시스템이 사직 의사를 반영해 경비대장의 직위를 없애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 확인된다”며 “근로계약이 종료되면 그만두겠다는 사직 의사를 ‘관리소장이 그만두면 그때 나도 그만두겠다’는 취지로 변경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직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를 대리하는 이오표 공무노무사는 <매일노동뉴스>에 “사망 후 사직 의사를 철회했고, 정식으로 사직서를 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직 의사로 봐야 할지 의문”이라며 이번주 내로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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