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며 그 기초를 부숴야 한다는 주장에 노동조합 경력으로 국회의원이 된 임이자 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노조 경력을 가진 국민의힘 의원들도 ‘시럽급여’에 동조하는 형세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시럽급여’를 받아본 이는 없다.

산재보험의 경우 1년에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고용노동부 공무원 출장비로 나간다. 안전보건 감독이라는 미명 하에 사용자가 노동자를 위해 낸 산재보험료에서 ‘삥땅’을 뜯는 것이다. 그러고는 산재보험 재정이 부족하다며 산재 인정을 엄격히 해야 한다거니, 산재 보상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느니 떠들어댄다.

고용보험은 실업급여로만 돈이 나가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세금으로 하는 직업훈련과 출산휴가에 드는 돈도 우리나라에서는 고용보험에서 댄다. 고용보험도 산재보험처럼 노동부 공무원 잡비 ‘삥땅’도 이뤄진다. 세금으로 나갈 돈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재원에서 갹출하다 보니, 사회보험의 실제 기능인 실업급여와 산재급여는 축소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눈감은 국민의힘 ‘노동귀족’들은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 비아냥거리기에 바쁘다.

국민의힘이 ‘시럽급여’로 노동시장 최하층 노동자를 압박하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군사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한다고 러시아 서북쪽 귀퉁이에 자리 잡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다. 온 나라가 물바다와 산사태로 비극을 겪고 있는데도, 그는 조속한 귀국은 하지 않고 폴란드를 거쳐 일정에도 없던 우크라이나로 비밀리에 들어갔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의힘 귀족들이 ‘시럽급여’를 들먹이며 실업자의 명품 구입과 해외여행을 거론할 때, 대통령을 따라 ‘시럽순방’을 떠난 김건희 여사는 명품쇼핑을 하다 현지 언론에 딱 걸리고 말았다. 용산 대통령실은 길거리 삐끼에게 호객행위를 당해 그렇게 됐다는 식의 희한한 변명을 내놨다.

이번 나토 회의에는 대통령 처가의 투기 혐의가 불거지고 있는 양평고속도로 사태의 ‘주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따라붙었다. 그 기간 전국에서 물난리와 산사태로 엄청난 희생이 발생했는데, 주무장관인 국토부 장관이 군사기구인 나토 정상회의에 따라간 이유가 궁금하기 그지없다.

대통령 부인의 명품쇼핑 소식을 다룬 리투아니아 현지 언론(15min.lt)의 기사를 보면 ‘시럽순방’의 달콤함이 곳곳에 표현돼 있다. 김건희 여사가 방문한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명품 의류점”의 매니저인 안드리우스 얀카우스카스(Andrius Jankauskas)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요. 리투아니아를 방문하는 유명 인사가 종종 오기는 하고, 그 가운데 일부는 큰 콘서트나 이벤트를 마치고 들르는 예술계와 음악계 분들이지요. 이런 일들은 놀랍지 않아요. 하지만 이번 일(김 여사의 쇼핑)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에요. 전에 이 정도 수준의 사람을 받은 적이 없어요. 여기서 30년 이상 영업을 해온 우리 가게의 가치를 높게 인정해 준 성공이라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더 중요한 대목으로 이어진다. “그분 일행은 단지 우리 가게를 들른 것뿐만 아니라 쇼핑까지 했고, (쇼핑 이튿날에도 찾아와) 행운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는 점에서 기쁩니다. 이것은 (우리 가게에 대한) 위대한 평가입니다.”

“그녀는 리투아니아를 정말로 좋아했어요. 그 시간에 외부 손님을 받지 않았지만 가게 안에 많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화를 나누는 게 쉽진 않았어요. 영부인이 어떻게 한 회사가 많은 브랜드를 구비하고 있는지 물어, 내 남동생이 우리 가게에 대해 설명했어요. 영부인은 흥미로워했어요. 나는 (우리 가게의) 5개 지점에 모든 브랜드가 있다고 설명해야 했어요. 영부인은 5개 지점을 좋아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걷기를 마다 않고 5개 지점 모두를 방문했어요.”

얀카우스카스를 인터뷰한 기사에 따르면, “그 영부인(the first lady)”은 사전 예고 없이 “살롱”을 찾아왔다. 영부인을 따라온 16명 중 6명은 늘 가게 안에, 다른 10명은 가게 밖에 있었다.

지금 대한민국 전역에서 물난리와 산사태로 사람이 죽어 가고 재산이 손실되고 있다. 그 와중에 국내에선 국민의힘 노동귀족들이 ‘시럽급여’ 타령에 여념이 없고, 국외에선 서민풍의 에코백을 들고 출국한 영부인이 ‘시럽순방’ 쇼핑에 열심이고, 자연재해 주무장관 중 하나인 원희룡은 폴란드에서 발이 묶였다. 게다가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폴란드-우크라이나 열차 안에서 재난대책회의를 했다며 뭐가 문제냐는 태도다. 기가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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