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청년 두 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대형마트 카트 정리업무를 지원하러 간 29살 직원은 친구에게 “하루 만에 4만보를 걸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열사병으로 숨졌다. 한 아파트 승강기를 점검하던 27살 청년은 두 명이서 작업해야 할 일을 ‘나홀로 작업’ 끝에 “혼자선 못하겠어요”라는 문자를 동료에게 남긴 채, 8층 높이 위에 떠 있던 승강기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져 숨졌다.

사업주가 조금이라도 안전보건환경에 신경썼더라면, 두 청년은 평소와 같이 퇴근하고 내일을 준비했을 것이다. 젊은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이 방송을 타면서 전 국민이 안전보건조치에 소홀했던 회사를 비토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 검토하면서 해당 업체를 고강도 조사하고 있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사람들의 죽음을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한다. 사회적 관심이 쏟아진다. 이들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는 업체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당연히 산업재해와 관련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청년노동자의 죽음만 주목하고 있다. 산업재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사망자의 재해 요인을 살펴보기보단 죽음에만 주목한다. 청년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는 이면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재사고에서 청년층(18~34세) 사망자 비율이 적다는 점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제공하는 ‘사망재해 현황 및 분석’ 2021년 자료를 참고하면 2021년 전체 사망자 2천80명 중, 청년층에 해당되는 18~34세 사망자는 96명이다. 결국 청년노동자의 죽음은 전체 산재에서 ‘빙산의 일각’이다. 반면 중년층(35세~59세)은 1천41명, 60세 이상 장년층은 943명이다.

청년 한 명의 죽음 뒤에는 무수한 죽음이 있다. 청년 한 명의 죽음이 언론에 알려지면, 중장년 노동자는 20명꼴로 일터에서 숨진다. 어떻게 본다면 수많은 중장년 노동자가 먼저 죽고, 끝내 청년마저 죽어야 산재사고가 대중에게 알려지는 상황이다. 노동건강연대의 ‘이달의 기업 살인’ 자료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업체에서 정비작업 중 청년노동자가 숨진 6월 한 달 동안 추락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16명이며, 이 중 연령이 확인된 노동자 10명 중 8명은 중장년이었다.

2022년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 은퇴연령은 49.3세라고 한다. 이 중 비자발적 조기 퇴직 비중은 41.3%다. 당연히 생계 유지가 급한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해 온 일과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나이는 있으나 경력은 짧은 직원이다. 업무 숙련도가 낮으니 산재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장년층 노동자들은 신체 능력도 떨어진다. 다치더라도 크게 부상 입을 가능성이 청년층보다 훨씬 더 높다. 그런데다 산재 고위험군 사업장(중소 건설 사업장과 제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잦다.

결국 우리는 청년의 죽음을 청년의 죽음이라고만 여겨선 안 된다. 이면에 있는 중장년 노동자의 죽음과, 그들이 위험한 사업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요인까지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금 더 크고 넓게 보면서 사업주는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선임해 산업안전보건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 요인을 줄여 나가는 기술적인 영역과, 기술적인 영역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개선, 이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행정망 구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 갈 수 있어야 한다.

청년이 일하기 힘든 사업장은 중장년은 훨씬 더 일하기 어려운 사업장이다. 결국 중장년이 일하기 안전해야 청년도 안전해진다. 중장년이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는 사업장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해야 청년의 죽음을 멈출 수 있다. 안전하지 못한 일자리를 질 낮은 일자리로만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다. 청년노동자를 사지에 내몬 사업주를 처벌하고 응징하는 것 만큼, 중장년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 역시 고민해야 한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 것, 청년의 산재를 보면서 중장년의 산재까지 생각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아무리 시대가 세대론으로 청년과 중장년을 갈라놓았다 한들, 안전한 사업장에 대한 고민은 이 둘을 갈라놓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퇴근하지 못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