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사장님이 회사가 어렵다고 그만두라고 합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달라고 했는데 고용지원금을 받고 있어서 그렇게 안 된다고 하네요. 사유를 적지 말고 사직서를 내야 퇴직금이랑 퇴사 처리를 해준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실업급여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실직자들이 구직급여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재취업 기간 경제적 지원에 그 취지가 있는 구직급여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거나 자발적 이직 등 요건이 안 되면서도 사업주와 공모해 부정수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본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구직급여 부정수급자들에 대해 환수액을 지급액의 3배로 높이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데도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담자를 자주 접한다. 노동자의 책임이 아닌 이유로 퇴사를 강요하고는 정부의 고용지원금이 중단될까 봐 노동자가 스스로 사직한 것처럼 이직 사유를 신고하는 사업주로 인해 실직 노동자들은 고충을 토로한다.

고용보험법상 이직사유 신고와 정정은 사업주의 힘이 더 크게 미친다. 퇴사를 강요하며 퇴직금이나 밀린 임금, 해고예고수당을 주기 싫어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겠다며 선심을 쓰는 식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정부 여당은 실직 노동자가 마치 돈이나 밝히며 사업주와 모의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으로 나랏돈 축내는 사람으로 몰아붙인다.

정부여당은 모든 원인을 문재인 정부가 실직자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구직급여 상한액과 수급기간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고용보험법을 개정해 기존 3~8개월인 수급기간을 4~9개월로 늘리고 구직급여 기준액도 하루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용보험 관련 입법안을 살펴보면 실업급여 개편 논의는 실직자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조건을 더 강화하고 구직급여 액수를 낮추는 것으로 흐를 것이다. 대표적으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구직급여 지급을 위한 피보험단위기간 요건을 10개월로 늘리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냈다. 지금은 고용보험에 가입해 보수를 받은 일수가 180일 이상이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를 1.5배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구직급여의 반복 수급도 제한해 5년 이내 2회 이상 반복해서 구직급여를 받는 사람은 구직급여액을 줄이고 최저임금의 80%로 돼 있는 하한액을 삭제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았다.

국민의힘의 이런 태도는 최저임금과 연동해 구직급여 하한액을 설계한 경제환경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구조적 경제침체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경제위기가 도래한 시점에서 구직급여의 하한액을 높이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실질적 생활임금이 높아지면 당연히 구직급여 하한액은 높아져야 한다. 구직자도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시기 기존 구직급여액에 600달러의 특별기금을 추가 지급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선제적 대책은 고용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미국은 주 대부분에서 구직급여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한 노동자의 비중이 30%를 넘는다. 그런데 노동시장은 구직급여 신청자수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낮고 고용시장은 탄탄하다. 왜 그런가? 경제가 정상화되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애꿎은 실직 노동자들 이기심을 탓하기 전에 정부여당이 경제 살리기에나 힘썼으면 좋겠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에 4대보험료를 공제하면 구직급여액이 높아 취업의 유인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노동시장의 근로조건을 개선과 연동된다. 단순히 구직급여를 낮춰 일터로 실질 노동자들을 내몬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경영심리학자 맥그리거의 X-Y 이론은 조직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관한 유명한 이론이다. 그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일을 싫어하며 대가만 바라고 대부분 이기주의적으로 행동한다고고 전제한다. 이들을 이용해 조직을 운영하려면 강력한 통제와 구체적 명령, 그리고 엄격한 형벌이 필요하다는 X 이론과 인간은 게으르다는 인식과 달리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며 조건에 따라 스스로 목표 달성으로 성취감을 느낀다고 분석한 Y 이론을 대비시키며 ‘X 이론’을 낡은 인간관이라 비판했다.

지금 정부와 여당의 일부 정책입안자와 정치인들은 인간이 게으르게 일하지 않고 남의 돈이나 빼먹으려 한다는 낡은 인간관에 기반해 국가를 경영하려 한다. 그들의 눈에는 국민 나랏돈 빼먹을 모두가 도둑놈으로 보이나 보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leeseyha@naver.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