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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헤어디자이너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므로 해고 전에 예고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헤어디자이너의 노동자성’ 판단은 엇갈리고 있어 판결 취지가 주목된다. 법원은 고정급여 지급과 매니저의 근태 관리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미용실 사장, 예고 없이 해고해 기소

1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전의 한 미용실 대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B씨는 2019년 1월2일부터 A씨 미용실에서 일했다. 미용실은 상시근로자 4명에 불과했다. B씨는 첫 석 달간은 월 250만원의 고정 급여를 받기로 했고, 이후는 매출액 중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의 30%를 받기로 약정했다.

그런데 A씨는 약 한 달 만인 그해 2월15일 B씨를 예고 없이 해고했다. 검찰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노동자를 해고할 때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고, 그렇지 않았을 때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줘야 한다는 근로기준법(26조) 조항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B씨를 노동자로 볼 수 있는가였다. A씨는 “B씨는 사업소득세를 냈고, 4대보험도 가입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 법률 변경으로 자신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됐으므로 면소 판결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면소 판결’은 형사사건에서 실체적 소송조건이 결여된 경우에 선고하는 것을 말한다.

A씨가 주장한 ‘법률 변경’은 2019년 1월15일 일부 개정된 근로기준법 26조1항이다. 해당 규정은 계속 근로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해고 예고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정했다. B씨의 근무기간이 석 달이 되지 않아 개정 법률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은 “B씨는 2019년 1월2일 근로계약을 체결해 개정 규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근태·고정급여 등 노동자성 근거, 판례는 엇갈려

B씨의 노동자성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3개월간 고정급여 250만원을 받기로 한 점 △실제 매출액과 무관하게 2019년 1월치 급여로 250만원을 받은 점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고정적으로 근무하면서 매니저로부터 출퇴근 관리와 고객 배정을 받은 점 △파마약·염색약을 제공받은 점 등을 근로자성 인정 기준으로 삼았다.

이와 함께 B씨가 독자적으로 보조인력을 채용할 수 없었고, 따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부분도 근거가 됐다. 특히 4대보험 미가입 이유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봤다. 실제 A씨는 인터넷 구인광고에 4대보험을 채용조건으로 기재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기존 판례 태도도 유사하다. 대법원은 2014년 11월 한전 위탁 전기검침원의 퇴직금 사건에서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근로자 지위를 부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B씨가 처벌을 원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다만 해고예고수당이 적고 동종 전과가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대법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헤어디자이너 노동자성은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주로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동업 약정으로 볼만 사유가 있는지 △사업주의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는지 △근태와 관련해 사업주의 감독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헤어디자이너 부당해고 사건에서 프리랜서 위촉계약이라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판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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