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과 이주노동 관련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사업장변경 지역제한 등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일정 권역 내로 제한하는 정부 정책에 노동계가 “고용허가제 20년동안 유례없는 심각한 개악”이라고 규탄했다.

양대 노총과 이주노동자평등연대를 포함한 전국 이주·노동·인권·사회단체는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주노동자 기본권 제한, 사업장 변경 개악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는 지난 5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외국인 근로자 숙식비, 사업장 변경 및 주거환경 관련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장 변경 제한이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으로 지목받는 가운데 정부는 사업장 변경시 ‘일정한 권역과 업종 내’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심각한 지역 소멸 위기’를 이유로 들었다. 사업장 변경을 쉽게 하기는커녕 이주노동자의 거주 이전 자유까지 제한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에 더해 거주 이전의 자유까지 제한했다. 다리에 채운 족쇄에 더해 팔에도 족쇄를 이중으로 채우는 격”이라며 “미등록 노동자를 양산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절차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들 단체는 “고용노동부 제안으로 지난해 9월 시작된 ‘외국인 근로자 숙식비·사업장변경 관련 실무TF’ 마지막 회의에 갑자기 노동부가 지역 제한안을 제출했고 노동계 강한 반대에도 별다른 논의 없이 졸속으로 처리했다”고 규탄했다.

2020년 12월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 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가설건축물 숙소활용 금지는 이번 발표에서 제외됐다. 임금전액불 지급 원칙에 어긋나는 숙식비 사전공제 또한 유지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를 열악한 환경에서 값싸게 쓰다가 돌려보내면 그만이라는 반인권적 발상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TF에 참여했던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1본부 부본부장은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 금지 협약에도 어긋나는 독소조항 개악안을 밀어붙여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더는 정부 대책만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ILO에 강제노동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기계도 노예도 아니”라며 “강제노동을 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