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 파업 일정이 몰린 이달 10일부터 노정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정부가 민주노총 가맹조직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엄정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긴급 노사관계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불법의 현장에는 어떠한 관용도 없이 그 책임을 분명히 묻는 등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쟁의행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뤄지는 파업을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조정절차 안 지켜 노조법 위반”
무더기 고소·고발 이어지나

윤석열 정권 퇴진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이달 3일부터 총파업을 시작한 민주노총은 15일까지 각 산별연맹·산별노조가 릴레이파업 한다. 금속노조는 12일 현대자동차지부를 포함해 전국동시다발 지부별 파업대회를 진행된다.

이정식 장관은 현대차지부 파업에 대해 “임단협이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노동위원회 조정 및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노조법에서 규정한 쟁의권 확보 절차를 무시하고 12일 파업에 동참할 것을 결정했다”며 “노조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파업이므로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지부 조합원 4만4천여명은 12일 오전·오후조로 나눠 각 2시간씩 4시간 부분파업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정 전치를 안 거치거나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으면 (노조법상) 벌칙규정이 있다”며 “(파업을 하면) 관련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노조법 41조와 45조를 근거로 들고 있다. 노조법 41조는 노조의 쟁의행위 결정은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진행해 조합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45조는 조정의 전치주의를 담은 조항으로 쟁의행위 전 노동위원회에서 조정절차를 거쳐야 함을 담고 있다. 두 조항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노동부는 지난 5월31일 금속노조 파업을 앞두고 기아차지부(지부장 홍진성)의 파업은 노조법상 정당한 파업이 아니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후 기아 사측은 홍진성 지부장과 5개 지회장이 노조법과 형법을 위반했다며 고소했다. 홍 지부장은 이달 10일 경찰 조사를, 13일 노동청 조사를 받는다.

노조의 행위가 위법행위인지는 논란이 있다.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정치파업의 경우에는 노조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며 “민주노총 파업은 각 사업장 현안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는 쟁의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파업했지만 검찰은 기소유예로 수사를 종결했다.

ILO 기본협약까지 비준해 놓고
“공무원·교사 집단·정치행위 금지”

정부는 단체행동권이 없어 휴일 집회를 하거나 퇴근 뒤 합법집회를 하는 공무원과 교사까지 처벌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공무원노조와 공노총은 지난 8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공무원 보수 인상을 요구하며 2만여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전교조는 13일 오후 서울 종각에서 교사결의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조퇴를 하거나 수업을 마친 뒤 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7일 공무원과 교원을 가리켜 “본분에 맞지 않거나 근로조건과 관련 없는 집단행동을 하는 등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도 공무원노조 총궐기대회 시작 전 소속 공무원들에게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한다는 방침”이라며 사실상 총궐기대회 참여를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공무원과 교원 노조 집회가 관련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단행위 또는 정치적 행위로 보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가 금지돼 있다. 다만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에서는 노조와 관련한 정당한 활동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의 집단행위 금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서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 지지 또는 반대 △집회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 지지 또는 반대 의견 발표 △시위운동 기획·조직·지휘 같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는 시국선언 관련 집회에 참석한 공무원 노동계 지도부를 대규모로 징계 의결 요청한 적 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 조퇴투쟁·시국선언·주말집회를 이유로 교육부가 전교조 간부들을 고소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무원·교사노조의 경우) 집회 현장에서 (정치적 행위로 읽힐 수 있는) 그런 발언들이 나오는지 양태를 봐야 한다”며 “(집회) 당일 관계부처가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 위반 소지가 있으니 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집회에서 정권을 비판하는 발언 등이 나오면 엄정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8일 총궐기대회는 120만 공무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위한 평화적인 집회였다”며 “휴일에 집회를 개최한 경우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우리나라가 비준해 지난해 4월 발효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98호)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교원·공무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단결권, 단체교섭권, 쟁의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정부에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