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설립 70년 만의 노조 설립으로 주목 받은 CJ제일제당의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금인상분 반납이 이뤄져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CJ제일제당 인천1공장 앞에서 노조가 진행한 선전전 모습.

회사 창립 70년 만에 노조가 설립된 CJ제일제당에서 노사갈등이 증폭하고 있다. 임금·단체교섭이 1년이 넘도록 공회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임금인상분 반환(임금삭감)이 이뤄져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가 진행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CJ제일제당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달 23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CJ제일제당이 행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중지·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70년 만의 노조설립 주목받았는데
1년 넘게 단체교섭만 50번한 노사 ‘평행선’

노조 설립 직후부터 가시밭길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8일 발기인 4명으로 출범한 노조는 같은달 21일 조합원 875명의 이름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무노조 70년 회사에서 급속도로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데에는 매년 개인 고과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차등 적용하는 임금체계에 대한 내부 불만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신입직원 연봉은 매년 소폭 인상하는 데 반해 근속 노동자는 낮은 고과를 받으면 인상이 되지 않고, 이로 인해 임금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28일 상견례와 이튿날 시작한 단체교섭은 같은해 9월28일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회의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면서 한 차례 파국을 맞았다. 노조는 10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한 뒤 부분파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50차 교섭에 이르기까지 노사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활동과 관련한 단협에서 노사 견해차가 매우 크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파업 참여 인원 제한, 조합원 가입범위 제한, 파업 전 사전통보 등을 제시했다”며 “노조활동을 옥죄려는 취지의 제시안을 내면서 교섭에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노조는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요구안을 수용하면 임금성 요구는 전향적으로 양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회사는 이마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공장 안에서, 근무 시간 중에 교섭하자는 노조 요구를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매주 한 차례 충북 진천상공회의소에서 퇴근시간 이후 만나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임금인상분 반납 사건으로 노사관계는 파국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노조가 충북지노위에 제출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이유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지난 3월 노동자와 개별적으로 올해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노조가 4월 선전활동과 5월 지명파업을 진행하자 해당 노조활동에 동참한 조합원들에게 개별면담 등을 통해 인상분 반환을 요구했다. 실제 회사는 6월 월급날에 3월·4월·5월분 임금인상분을 회입한 뒤 지급했다. 해당 조합원들은 5월 임금대비 평균 100만~200만원가량 줄어든 6월 임금을 받았다.

비조합원 적용 인상분 실수로 조합원 지급?
“조합원 대상 임금 회입에도 되레 조합원 늘어”

회사는 임금을 회입하면서 임금인상분이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조합원 임금인상률은 노조와 단체교섭 결과에 따라 이후에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조합원인 줄 모르고 인상분을 적용했고, 노조 활동에 참여해 조합원으로 확인된 이들의 임금 중 일부를 돌려받았다는 얘기다.

노조는 이 같은 회사 조처가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혁 공인노무사(법무법인 중앙법률원)는 “노조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노조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이유로 노동자 경제생활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불이익을 준 사건”이라며 “이미 지급한 인상분을 반납시킬 것이 아니라 향후 임금협약이 체결되면 그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합리적 방법을 강구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단체교섭 체결과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단체행동 수위를 높여갈 예정이다. 7~8월 중으로 서울 중구 회사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월급을 회입하면 조합원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내부에서 우려했는데 오히려 늘었다”며 “노조를 고사시키고,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면서 노조 활동을 못 하게 하려는 회사에 대응해 노조를 지키는 싸움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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