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2호기. <한국수력원자력>

파견노동자들이 현지 화폐로 받은 ‘해외근무수당’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환율에 따라 실지급 가치가 변동되는 해외근무수당의 통상임금 ‘고정성’을 인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는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라고 평가한다.

해외수당 성격 쟁점, 사측 “체재비” 주장
법원 “해외근무 어려움 보상 차원”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정현석 부장판사)는 한수원 노동자 A씨 등 1천173명이 한수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 23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파견 직원들에게 총 308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A씨 등은 한전이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공사와 원자력발전소 4기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UAE로 인사발령 났다. 이들 중 일부는 한전과의 공동사업본부에서 ‘건설분야 기술지원’ 업무를 하거나 해외지사에서 업무를 했다.

그런데 매달 보수와 별도로 현지 화폐로 지급된 해외근무수당이 통상임금 산정에서 빠지면서 문제가 됐다. A씨 등은 “해외근무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산정한 시간외근로수당과 기지급한 수당의 차액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해외 생활비를 보전하는 ‘체재비’라고 반박했다. 실비변상적 성격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해외근무수당은 근로의 대가로서 통상임금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먼저 해외근무수당의 ‘임금성’을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외근무수당은 ‘보수’ 항목에 규정돼 있는 점 등을 보면, 한수원은 해외근무수당과 체재비를 달리 구성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해외근무수당은 근무환경의 열악한 정도에 따라 특수한 지역에서의 장기간 근무의 어려움을 보상하기 위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금원”이라고 설명했다. 고온다습한 기후의 UAE 사정상 생활편의시설이 없어 이를 보상하기 위한 취지라는 의미다. 나아가 해외근무수당이 월 500만원 수준이라 실비변상적 금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환율변동 있어도 ‘고정성’ 인정돼”
한전 공동사업 직원, 한수원 지급의무 부담

이를 전제로 통상임금의 요건인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외근무수당은 직원들이 UAE에서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실제로 근무한 일수나 근무성적과 관계없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일률적인 금액이 지급돼 왔다”며 “해외 근무기간은 최소 3년의 장기간으로, 해외근무수당이 일시적인 단기간 해외근무에 따라 임시로 지급되는 금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해외근무수당이 현지 화폐(디르함)로 지급돼 환율에 따라 액수가 수시로 변동돼 ‘고정성’이 없다는 사측 주장도 일축했다. 재판부는 “해외근무수당이 환율변동에 따라 실지급액에 다소의 증감변동이 있을지라도 지급이 확정돼 있으므로 고정적 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공동사업본부’ 직원들의 수당 부담도 한전이 아닌 한수원에 있다고 덧붙였다. 발전소 기술지원에 대한 한수원의 포괄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법조계는 현지 화폐로 지급된 해외근무수당의 고정성이 인정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대법원은 2020년 6월 한전KPS 사건에서 ‘해외지역수당’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바 있다. A씨 등을 대리한 봉하진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한수원은 한전과의 공동사업본부에서 일한 직원들의 경우 한전이 직접 수당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지급을 회피하려 했으나, 해당 직원들도 한수원 근로자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무한 것이므로 미지급 수당에 대한 지급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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