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정의당>

국회에서 양당 체제를 벗어나 제3지대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며 정의당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제3지대 주자로 거론되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정의당이 이들과 손잡고 제3지대 구성에 나설지 시선을 모은다. 정의당은 당내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지도부는 함께할 수 없다고 했지만, 당내 의견그룹은 지도부의 의견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신당 창당 행보 나선 금태섭·양향자
정의당 지도부 “이분들 당내 부정적 의견 많아”

양 의원은 신당을 창당했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국의 희망’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다. 현역 의원 5명이 관심을 보였다고 했지만 참석한 의원은 없었다. 양 의원은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이 이끄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은 이날 대변인으로 편의점 점주이자 작가인 곽대중(48)씨를 임명했다. 곽씨는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인 ‘민생119’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의당 지도부는 이들과 선긋기에 나섰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한 언론사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분들과 저희가 함께하기 위한 과정들이 필요할 텐데, 함께 길을 걸어 왔던 과정이 없어 자체 평가가 불가능하고 이분들의 정당과 관련해 부정적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 본청 기자간담회에서 양 의원과 금 전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창당에 “실체를 알지 못해 회의적이다. 거대 양당을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계관을 공유해야 하는 하나의 당이 될 수 없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이다.

부정적 의견이 많다는 말은 지난 24일 전국위원회에서 나온 전국위원들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국위에서는 “당의 사회 비전과 가치에 동의하며 양당체제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가진 노동 정치세력, 기후·녹색 정치세력, 제3의 정치세력과 합당 및 통합의 방식으로 신당을 추진한다”는 세력 재편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당시 전국위원들 사이에서는 ‘제3의 정치세력’을 두고 금 전 의원 등의 세력까지 아우른다면 노동에 기반한 사회연대 정당 등 진보정당의 전통적 노선과 충돌한다는 문제의식들이 표출됐다.

세 번째 권력 “호불호 표명 부적절”

다만 당내 의견그룹들은 지도부의 선긋기를 일종의 ‘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위원회에서 결정된 세력 재편 추진방안의 문구는 당내 의견그룹끼리 6월 두 번의 연석회의 끝에 합의를 통해 도출한 것인데, 합의 당시 정신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자강론’을 주장하며 재창당에 부정적이던 지도부가 의견그룹 회의에서 재창당 의견이 높아지자 이를 수용해 문구를 만들어 놓고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금 전 의원과 토론회를 공동주최하고 신당 창당과 관련해 교류해 왔던 ‘세 번째 권력’ 관계자는 “이 대표님이 기자들 앞에서 그렇게 발언하신 건 신사협정을 깬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성주 세 번째 권력 공동운영위원장은 “대표 개인의 호불호를 내비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이 같은 행위는 협정 위반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합 방식이 제한적이라 불만이 있었지만, 자강론에서 재창당 기조로 전환하는 데에 합의하자고 한 건데 간담회에서 그렇게 나오셔서 놀랐다.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7월부터 당내 토론에 들어간 뒤 10월 초 당대회를 열고 신당 계획을 확정한다. 통합과 합당 과정에서 정의당의 지위와 권한을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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