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스틸(옛 동부제철)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낸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소송 제기 이후 KG스틸은 자회사 KG스틸S&D를 설립했다. 노조는 원청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와 부제소 합의를 자회사 정규직 전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뒤 일부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했다고 주장한다. 현대제철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2심에서 패소한 뒤 자회사를 설립해 하청노동자를 채용하면서 소송 포기를 조건으로 내세운 것과 닮아 있다.

“원청 MES 통해 지휘·명령”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KG스틸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약 120명이 지난해 12월2일 서울중앙지법에 KG스틸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원청사 관리팀 직원들이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통해 원재료 입고부터 최종 생산품 출하까지의 과정을 관리·운영하며 하청노동자에게 직접 지시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해 왔다는 취지다.

금속일반노조 KG스틸협력사지부(지부장 권인규) 설명을 종합하면 KG스틸 당진공장 사내협력업체에서 원료 입고·사전가공·출하 공정을 맡은 A사, 포장공정을 담당하는 B사, 정비공정을 맡은 C사 3곳 소속 270여명 직원이 일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금속노련에 가입해 지부를 결성했다. 2019년 동부제철이 KG그룹에 인수되고 나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하청노동자 임금은 3년째 동결되는 등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누적된 탓이다.

이들은 원청 직원에게서 구체적·개별적 지시를 받고, KG스틸의 생산조직과 생산시설에 완전히 편입돼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KG스틸측에서 소장에 반박하는 답변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아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쟁점이 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다만 MES 체계를 이용한 지휘·명령도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대제철과 포스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사건에서도 쟁점이 됐다. 원고측 소송대리인 고재환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MES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 등을 포함해 쟁점이 형성될 것 같다”며 “다만 노조가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는 (불법파견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전·현직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MES를 통한 작업지시가 상당한 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도 MES가 불법파견 판단의 핵심 근거가 돼 2심에서 노동자 승소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고용불안·성과급 차별 시달려”

KG스틸협력사지부에 따르면 소송 제기 전후로 원청은 ‘자회사 전환’을 내걸고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와 부제소 합의서를 요구했다. 권인규 지부장은 “설명회를 통해 합의금 300만원, 노사상생 격려금 100만원, 호봉별 구간을 나눠 생산안정화 장려금 200만~45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비공정을 맡은 C사 소속 80여명은 전부 자회사로 이동했고, 소송에 참여한 170여명 중 50여명이 추가로 자회사로 옮겨 갔다는 게 지부의 설명이다. KG스틸이 100% 소유한 자회사 KG스틸S&D 법인등기부등본상 회사성립연원일은 소송 제기 후 두 달 뒤인 올해 2월13일이다.

지부는 쟁의권 확보 수순을 밟고 있다. 협력업체 2개사와 4월 초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이후 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중지 결론이 내려졌다. 지부는 소송 제기 이후 자회사 설립에 따른 고용불안과 성과급 지급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권 지부장은 “KG스틸은 지난해 3천400여원 영업이익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며 “자회사로 넘어간 직원은 원청과 똑같은 조건으로 성과급을 지급한 반면 소송 제기자에게는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등 차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부는 26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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