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우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대상 판결 :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9다38543 판결

1. 사건 개요와 쟁점

원고는 쌍용자동차 주식회사(현 KG모빌리티 주식회사), 원고보조참가인은 쌍용자동차 노동조합(구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쟁의행위 이후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 변경), 피고는 금속노조다. 원고는 참가인이 2009년 원고가 실시한 정리해고에 반대해 77일간 공장 전체를 점거하는 형태로 행한 쟁의행위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쟁의행위가 없었다면 해당 기간에 발생 가능했던 매출이익과 고정비 회수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했다. 이 사건에서는 위 쟁의행위의 정당성, 쟁의행위 주체와 상급단체 책임범위, 손해배상 산정방식 및 범위, 과실상계·책임제한 등이 쟁점이 됐다.

2. 원심 판결 요지

가. 쟁의행위 정당성

원심(서울고법 2019. 11. 15. 선고 2014나1517 판결)은 1심 판결(수원지법 평택지원 2013. 11. 29. 선고 2010가합5252 판결)을 인용해, 정리해고에 관한 원고의 권한을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참가인의 쟁의행위는 경영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 단체협약상 정리해고에 관한 합의조항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리고 실행 방법에 있어서도 생산시설을 전면적·배타적으로 점거했다는 점에서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나. 쟁의행위 주체와 상급단체인 피고의 책임범위

원심은 이 사건 쟁의행위 주체는 참가인인데, 피고는 당시 참가인의 상급단체로서 위원장 등 그 주요 간부들을 통해 쟁의행위에 가담함으로써 원고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참가인 조합원들의 업무방해행위를 용이하게 했으므로 공동불법행위의 부진정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 손해액 산정방식

원심은 1심 감정인 한영회계법인의 보고서 결론과 같이 55억 1,900만원을 손해액으로 인정했다. 감정인은 실제 손해를 집계하는 대신 두 단계의 절차를 통해 손해를 추정했다. 먼저 쟁의행위 기간 원고가 생산하는 차종별로 생산/판매에 차질을 빚은 대수를 추정하고, 원고가 제출한 회계자료를 토대로 계산된 공헌이익을 곱해 손해액을 산정했다. 그 다음 쟁의행위가 없었다면 지출됐을 고정급여에서 무노동무임금 원칙으로 감소된 고정급여를 손해액에서 공제해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라. 책임제한

원심은 이와 같은 계산 방식에 오차가 있을 수 있는 점, 원고가 참가인이나 피고와 단체협약상 합의 없이 수천 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교섭을 해태한 점, 원고측 용역직원의 폭력 행사, 쟁의행위 참가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단전·단수 조치 등을 지적하며 피고의 책임비율을 60%로 인정해 최종 33억1천14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마. 선행사건 경과

위 사건과 내용은 동일한데 피고를 달리하는 선행사건이 존재한다(서울고법 2015. 9. 16. 선고 2014나2435 등 판결). 선행사건의 피고는 총 139명인데 현재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쟁의행위 당시 주요 간부들(중앙쟁의대책위원회 위원들), 금속노조 간부들(위원장 및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 민주노총 등 기타 사회단체 간부들(쟁의행위 당시 공장진입 인원들 위주)이었다. 서울고법은 현재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대한 청구는 참가인과 동일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고, 쟁의행위 가담 여부가 명백히 확인되지 않은 일부 인원(29명)만 제외한 다음 나머지 개인 피고들의 위 33억1천140만원에 대한 부진정연대책임을 인정했다. 위 선행사건에 대해 피고들은 상고했으나(대법원 2015다62302 사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참가인, 원고간 해고자복직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15. 12. 30.자 노노사합의에 따라 원고가 소를 취하해 피고에 대한 사건만 남게 됐다.

3. 대상 판결 요지

가. 쟁의행위 정당성

대상 판결은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쟁의행위 목적이 정당한지에 대해는 판단을 하지 않고, 오로지 그 방식이 전면적·배타적 공장점거였으므로 그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판단만 되풀이했다.

나. 손해액 산정방식

대상 판결은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하지 못해 입은 손해로는 조업중단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해 매출이익을 얻지 못한 손해와 조업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손해가 있을 수 있다는 기존의 판결(대법원 1993. 12. 10. 선고 93다24735)을 인용하며, 원심이 인정한 이른바 ‘공헌이익법’에 따른 손해액 산정방식을 받아들였다. 그리해 손해액 산정을 위해서는 최소한 무용하게 지출된 고정비가 얼마인지 알아야 하고, 쟁의행위 기간에 원고가 어떤 명목의 고정비를 얼마나 지출했는지에 대한 검토가 없었던 이상 손해가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 상당인과관계

대상 판결은 원고가 쟁의행위 종료 이후 4개월이 경과한 2009년 12월경 복귀자들에게 지급한 18억8천200만원은 ①무노동무임금 원칙(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4조1항)에 따라 원고에 지급의무가 없는 점, ②쟁의행위 종료 후 작성된 합의서에도 위 금원의 지급 근거가 없었고, 달리 지급 근거나 이유 등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던 점, ③위 금원이 쟁의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의 원상회복이나 후속 손해의 방지 등을 위해 통상적으로 지출한 비용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을 보면 원고가 경영상 판단에 따라 임의로 지급한 것이다. 피고가 쟁의행위 당시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4.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 귀책사유가 있는 노동조합이 배상책임을 지는 배상액의 범위는 위법한 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한정되고(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5다30610 판결 등 참조), 불법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 상당인과관계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있다는 원칙(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80778 판결 등 참조)을 재확인했다. 사실 이는 어떠한 종류의 손해배상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법리다. 그런데 사용자는 쟁의행위 손해배상 사건에서 자신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지출한 모든 비용들을 청구해 왔고, 하급심 법원은 상당인과관계를 조금은 느슨하게 해석해 왔다. 이 사건 및 선행사건 하급심 판결이 위 금원을 손해로 인정했다는 점이 이의 방증이다. 이제라도 바로잡혀서 다행이다.

그러나 정리해고 반대 목적의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2009년에 시작된 원고의 구조조정은 희망퇴직, 관계사 전직, 무급휴직, 정리해고 등의 형태로 진행됐다. 이 중 피고가 끝까지 반대했던 것은 정리해고일 뿐, 나머지 구조조정 방안은 원고와 충분한 협의가 가능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의 파기 환송 전 원심 판결(서울고법 2014. 2. 27. 선고 2012나14427 등 판결)이 정리해고가 무효라고 본 주요 근거 중 하나도 원고가 무급휴직 등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여타 해고 회피방안을 충분히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특정 구조조정 방식을 반대하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로 평가하기 어려운데도, 대법원은 판단을 회피했다.

공헌이익법과 같은 추정을 통한 손해 산정방식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도 문제다. 공헌이익이란 판매단가에서 변동비를 뺀 값으로, 제품 1단위 판매 시 고정비를 회수하거나 이익을 창출하는데 공헌한 금액을 의미한다. 변동비는 생산(판매)량에 비례해 증감하는 비용이고, 고정비는 그와 반대로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다. 공헌이익 산정에는 추정이 강하게 개입된다. 기업이 지출한 각종 비용항목들을 변동비와 고정비로 구분하는 것부터도 그렇다. 실제 비용은 변동비에 가까운 준변동비와 고정비에 가까운 준고정비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 각 제품별로 배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정한 가정에 따른 추정을 거듭해야 계산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대상 판결이 인정한 손해산정 방식은 회사측의 손해 입증부담을 덜어주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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