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오고 있다. 냉방장치 없이 무더위에 일하는 노동자의 고통도 어느 때보다 빨리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물류센터처럼 강도 높은 심야 노동이 이뤄지는 현장이 위험하다. 쿠팡 물류센터 ‘폭염 산재’의 구조적 문제를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4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조건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조건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2020년 10월12일, 스물일곱 살 장덕준 노동자가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전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야간 고정근무를 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사망 1주일 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2시간10분, 3개월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8시간38분이었다. 쿠팡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쿠팡 물류센터는 365일 24시간 노동자들의 신체와 정신을 연료 삼아 굴러간다. 그렇게 입고·포장된 물품은 야간 배송노동자들의 노동을 통해 ‘고객’의 집으로 배달된다.

쿠팡은 WMS(창고관리시스템) 등 자체 물류기술로 30개 지역에서 100여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이를 통해 고용을 확대했다며 홍보하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곳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쿠팡에서 고정적인 야간근무를 하고 있을까. 몇 아르바이트 어플리케이션과 쿠팡 물류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해 일용직과 계약직 근무시간을 검색한 결과, 쿠팡이 한국 사회 야간노동의 선두주자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밤 10시 이후 근무로 검색된 곳만 30개가 넘었다. 부천1센터, 안산2센터 등 몇몇 센터는 ‘오후조’라는 이름으로 오후 6시부터 새벽 3·4시까지 노동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이들은 ‘심야조’를 별개로 운영한다.

장시간 노동 사회에서, 야간노동은 장시간 노동과 밀접히 연결된다. 2022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 노동자들과 함께 배송노동자들의 건강실태를 연구했다. 연구 대상자 중 20%가 넘는 노동자들이 야간노동을 했다. 이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8.1시간이었다. 주당 60시간을 초과해 일한다는 응답 역시 68.3%로 매우 높았다. 일할 때 평균 수면시간은 5.46시간에 불과했다.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수면 질 저하, 우울감을 호소했다. 쿠팡 물류센터 등에서 일하는 고정 야간조 노동자는 물론, 교대근무자에게도 야간노동은 비슷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 몸은 고무줄도, 올빼미도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심지어 낮에도 일하는 상황이, 노동자의 건강뿐 아니라 일 삶 균형, 자기돌봄과 가족 돌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24시간 공장이 돌아가고, 로켓배송이니 새벽배송이니 ‘빨리빨리’를 외치며 불필요하고 과도한 생산과 유통, 소비의 사이클을 조장하며, 노동자의 상호돌봄의 기회를 박탈하는 야간노동이 기후위기 속도를 높인다.

10여 년 전, 노동조합은 주야 맞교대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성과급이 아닌 월급제 도입, ‘밤에는 잠 좀 자자’를 외치며 투쟁해 노동시간 단축을 쟁취했다. 현재 쿠팡을 비롯한 물류센터는 시급제를 활용하며 최대한 이윤을 뽑고 있고, 환기도 안 되고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 엄청난 노동강도로 노동자를 내몰고 일용직과 계약직을 양산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쿠팡을 규탄하며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규제를 통한 전 사회 야간노동 폐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야간노동과 관련해 50% 할증 및 여성과 연소자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 이외에 아무런 규제가 없는 근로기준법에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야간노동의 시간과 빈도를 제한하거나, 굳이 야간노동을 해야 한다면 총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형태의 규제가 필요하다. 물류센터를 비롯한 모든 사업장에 적용해야 한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빨리빨리’의 강요가 아니라, 서로 천천히 돌보는 사회의 중요성이 기후위기 시대 특히 대두하고 있다. 밤에는 잠을 자자. 그리고 ‘삶의 영위와 돌봄에 있어 이 사업이 밤새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도 함께 던져보자. 국제노동기구(ILO)는 ‘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서비스(essential services)’를 병원, 전기 및 수도공급, 경찰, 소방, 항공관제 등 매우 한정적인 범위로 제시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항공 조종, 연료 수송, 은행, 조폐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파업 등 노동자 쟁의권 확대를 주장할 때 근거가 되는 이 내용을 야간노동에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제외한 다른 사업장이 굳이 밤에, 노동자를 갉아 먹어가며 돌아가야 하는지 말이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과 야간노동 철폐의 열매를 모두가 평등하게, 잘 누리기 위해서는 다른 형태의 운동이 필요하다.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밤새 돌아가는 공장에서 노동자가 힘들게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지는 않을 수 있다. 산업의 시간표를, 사회의 시간표를 다시 논의하고 조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획득할 수도 있다. 고 장덕준 노동자를 비롯해 쿠팡이 마지막 일터가 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빌며, 쿠팡 같은 일터는 쿠팡이 마지막이 되도록 함께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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