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란봉투법’ 쟁점과 닮은 사건으로 알려진 사용자의 노동자·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의 대법원 선고가 15일 내려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 사건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손해배상’이 지난 9일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 선고로 변경됨에 따라 이날 여러 사건이 함께 선고될 예정이다.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쌍용자동차의 8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이날 판단이 나온다.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현대차 사건’의 경우 애초 소부로 배당됐다가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는데 다시 소부로 바뀌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 일각에선 전면적인 ‘판례 변경’보다 수위가 낮은 ‘책임 비율’ 위주로 선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해석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부진정연대책임’ 판단 주목 ‘개인 배상책임’ 핵심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오전 11시 현대차가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A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지난해 11월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올라갔다가 지난 9일 다시 소부로 배당된 결과다. 소송이 제기된 지 무려 10년 만에 최종 결론이 나오게 된 셈이다.

애초 전원합의체 심리로 판례 변경 가능성이 점쳐졌는데 갑자기 소부로 돌려보낸 배경이 주목된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으로 구성돼 판례 변경 필요성을 집중 심리한다. 이에 따라 민법(760조)이 정한 ‘부진정연대책임(공동으로 불법행위책임 부담)’에 대한 새 법리가 제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핵심 쟁점은 노조의 쟁위행위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회사가 조합원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다. 노란봉투법 쟁점과 맞닿아 있다. 특히 노조법 3조 개정안이 파업으로 손해를 입은 기업이 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정하고 있어 ‘현대차 사건’과 관련이 크다. 대법원이 개인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13년 불법파업에 따라 공장라인이 정지됐다며 노동자들에게 4천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현대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은 A씨 등에게 2천300만원을 공동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손해배상 책임 제한과 관련해 ‘책임제한의 개별화’가 가능한지를 따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비 손해 발생·범위에 대한 증명’과 ‘권리남용금지 원칙’ 적용도 심리 대상이다.

소부 재배당 전례 많아, 결론 ‘미지수’

손배소 사건의 소부 선고가 쟁점 판단을 좌우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가 재차 소부로 배당된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상임금의 신의칙’ 법리를 추가로 설시한 2019년 시영운수 임금 사건도 전원합의체에 접수됐다가 소부에서 선고됐다. 당시 대법원은 신의칙 위반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완전히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추가 법리를 통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는 판결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이미 전원합의체에서 대법관의 의견이 모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소부 선고만으로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노조법 개정안과 맞물린 쟁점까지 판례가 폐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를 노동사건에 적용하면 기존 판례가 뒤집힌다. 민변 노동위원장인 이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는 “전원합의체가 아니다 보니 대법원이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부 판단은 보류할 수도 있다”며 “책임제한 비율과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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