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5일 경찰의 대법원 앞 문화제를 강제 해산한 조치를 규탄하고 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대법원 앞에서 야간문화제를 진행하려다 경찰력에 강제로 해산된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부와 경찰 지휘부를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경찰의 참가자 현행범 체포와 강제 해산이 집회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윤석열 발언 직후 강경 대응, 참가자 3명 연행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원고는 총 58명으로, 청구 대상은 정부와 윤희근 경찰청장·송원영 서초경찰서장·윤경재 서초서 경비교통과장이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연 야간문화를 강제 해산했다가 비판에 직면했다. 이틀 전 건설노조 집회를 비판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대법원 앞에서 야간문화제와 1박2일 노숙농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불법파견 사용자 처벌, 비정규직 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 경찰이 대법원 앞에 펜스를 설치하고 경력 600여명을 투입해 문화제를 원천 차단했다. 경찰은 오후 8시40분께 문화제에 참가한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 해산을 시작해 20여분 만에 참여자 90여명을 전부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조합원 2명과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활동가 1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문화제를 강제 해산, 공무집행방해 아냐”

이후 문화제 형식의 집회를 원천 차단하고 강제 해산하는 것은 위법행위라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강제 해산을 명령한 근거는 미신고 집회와 법원 경계 100미터 이내 집회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문화제 형식의 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적용에서 배제된다.

집시법 15조는 친목·오락 등에 관한 집회는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문화제도 이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소장에서 “미신고 집회와 법원 근처 집회 금지 조항 위반을 근거로 해산 명령과 강제 해산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령 문화제가 집회 신고 대상이더라도 60~70명에 불과한 참가자들이 인도에서 통행로를 확보한 채 평화적인 방식으로 문화제를 진행했는데도 강제로 해산한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대차량 강제 견인’도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닌 데다 저항 과정에서 무대차량 앞에 있다가 연행된 참가자 3명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적법한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협박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강제 연행된 3명은 경찰관들과 신체접촉조차 없었고, 협박이라고 할 수 있는 언사는커녕 욕설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6월9일 2차 문화제 예정, 경찰과 충돌 우려

문화제 참가자들도 경찰 대응을 규탄했다.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은 “경찰은 우리가 왜 그곳에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쉰 살이 넘은 여성노동자를 끌고 가야만 했냐”며 “이제는 분노를 넘어 증오하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경찰에 연행됐던 문화기획자 이사라씨는 “그날은 52번째 생일인데 수갑에다 유치장까지 거한 선물을 받았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도 문화제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잡아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대법원 앞에서 재차 문화제를 진행할 방침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9일부터 1박2일 2차 노숙문화제를 진행한다. 집회 당일 다시 경찰과 충돌이 생길 우려가 나온다. 김수억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는 “경찰이 다시 원천봉쇄해도 우리는 문화제를 이어 갈 것”이라며 “전두환 시대로 되돌아간 민주주의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와 노숙농성을 진행하려던 금속노조 조합원 2명과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활동가 1명이 연행됐다. 탑승자가 4명이 있는데도 경찰이 무대차량을 견인하자 이에 항의하는 노조 조합원의 모습. <이재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문화제와 노숙농성을 진행하려던 금속노조 조합원 2명과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활동가 1명이 연행됐다. 탑승자가 4명이 있는데도 경찰이 무대차량을 견인하자 이에 항의하는 노조 조합원의 모습. <이재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