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윤희 기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한 택배노동자가 친지 장례를 이유로 이틀을 쉬었다가 해고나 다름없는 배송구역 회수 조치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노동자가 일하는 대리점에서는 앞으로도 20명이 추가해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CLS 용인3캠프 A대리점 소속 배송기사 ㄱ씨는 지난 23일 출근을 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자신의 배송구역이 회수됐다는 사실을 동료가 전해 줬기 때문이다. 다른 배송 차량이 와서 ㄱ씨의 물건을 싣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ㄱ씨가 외할머니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8일과 9일에 쉬었는데, 이 때문에 수행률이 떨어졌다는 게 이유였다. ㄱ씨는 <매일노동뉴스>에 “장례식을 다 치른 후 휴무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계속 출근해 일을 했기 때문에 클렌징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CLS는 19일에 A대리점에 “10개 구역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했다. 22일에 ㄴ씨, 23일에는 ㄱ씨가 구역을 잃었다. 앞으로 20여명의 배송기사가 구역을 잃게 된다. CLS는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지만 다음 주 중으로 클렌징(배송구역 회수) 될 것으로 노조는 예상하고 있다. 노조는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A대리점을 없애 버리려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택배노조 쿠팡 3개 지회(분당·일산·강남) 중 분당지회가 조합원수가 가장 많다. A대리점 배송기사 대부분이 분당지회 조합원이다.

택배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 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클렌징을 무기로 한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클렌징 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과 표준계약서를 위반하는 쿠팡의 클렌징 제도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철저한 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ㄱ씨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해고철회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할 예정이다.

CLS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해당 택배대리점에서 ㄱ씨를 다른 노선으로 투입하지 않고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택배노조 간부가 최근까지 해당 대리점 등기 임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노조가 해고하고 CLS 탓으로 돌리는 자작극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당 대리점은 최대 10주가량이나 계약을 위반해 고객 불편을 유발했고 개선을 요청했지만 배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이를 노조원 가족상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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