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적장애를 가진 김재순씨는 2020년 5월22일 광주 하남산단의 폐기물종합재활용처리업체 ㈜조선우드에서 홀로 파쇄기에 낀 폐기물을 제거하다가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지난 22일은 고 김재순 노동자 산재사망 3주기였다. 서울에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광주에서는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주최로 추모제가 열렸다. 재순씨의 아버지 김선양(54·사진)씨는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지킴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김재순씨 사망사고와 같은 참사를 막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23일 고 김재순씨 산재사망 3주기를 맞아 김선양씨와 전화 인터뷰했다.

- 고 김재순 노동자 3주기가 됐다.
“3년이 지났지만 영세 사업장이나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음의 노동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광주에서 목재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60대 노동자가 지게차를 운전하다가 지게차가 넘어져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그곳도 5명 미만 사업장이었다. 억울한 죽음이다. 만약 회사에서 노동자들이 잘못해서 일어난 사고라고 해 버리면 유가족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유족과 연결이 되면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지킴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3년째 활동 중이다.
“재순이가 죽고 나서 시작했다. 광주지역에서 재순이가 일했던 곳처럼 열악한,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도움을 줘야겠다는 뜻을 가진 분들이 결합해 활동을 시작했다. 45명이 함께하고 있다. 노동조합·진보정당 분들이 많다. 산재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과 유족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

- 광주·전남지역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운동본부 설립을 주장하고 있는데.
“운동본부를 만들면 중대재해, 시민재해, 산업재해에 더 포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내년 정도에 지역 노동·시민단체에 운동본부가 왜 필요한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려고 하는지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보내 연대를 요청할 것이다. 지난해 5월부터 그렇게 해 왔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앞으로 계속 노력해 내년 상반기에는 설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2021년 9월 김재순씨가 일했던 조선우드의 박상종 대표가 징역 8개월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선우드와 합의도 이뤄졌다. 심정이 어떤가.
“원하지 않는 합의였다. 아직도 스스로가 원망스럽다. 재판 과정에서 나와 재순이의 생모에게 2천500만원의 공탁금을 걸어놓은 상태였다. 박상종 대표 부인과 이사는 생모를 찾아가 합의서를 받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자필 탄원서까지 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나에게 합의하러 찾아온 거다. 노동안전보건지킴이 활동을 하면서도 회사가 유족들에게 처벌 불원서를 쓰도록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면 형량이 줄어든다. 다른 유족들은 오래 걸리고 힘들다고 해도 처벌 불원서를 쓰거나 합의를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 고 김재순씨 같은 산재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는 뭘 해야 하나.
“모든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테두리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에서 소규모·영세 사업장이 안전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현장에서 2인1조 작업이 기본인데 잘 지켜지는지 관리·감독해야 한다. 이를 어기는 사업장에 강한 제재를 해야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글=남윤희 기자
자료사진=정기훈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