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노조 위원장

고용노동부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차별 없는 일터 조성으로 노동자 권익을 보호한다’가 핵심 임무다. 하지만 최근 노동부는 노조 때리기에만 열중하는 듯하다. 국민을 위한, 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아! 정부가 믿었던 소위 ‘MZ청년’들에게도 외면당한 ‘주 69시간’ 정책은 있었다.

노조 때리기 중 단연 으뜸은 노조 회계장부 시비 걸기다. 대부분의 노조에서 회계장부는 이미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자료를 노동부가 보겠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노동부가 근거로 주장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4조는 조합원에 대한 의무이지 정부에 대한 의무가 아니다. 노동부의 행위는 월권이며 자율성 침해다. 권한도 없이 노조의 회계장부를 점검하겠다며 현장 방문까지 하더니, 결국 제출 거부를 빌미로 국고보조금 사업에서 탈락시켰다.

최근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업무에 참고할 일이 있어 노동부가 2016년도에 한국노동연구원에 위탁 수행한 ‘노사협의회 운영실태조사 결과’ 자료가 필요했다. 기존 자료도 공개돼 있어 당연히 줄 것이라 생각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황당하게도 노동부는 “정보가 공개될 경우 당사자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자료요청을 거부했다.

해당 연구결과가 노동부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비공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 연구결과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보면 노동부는 “30인 이상 기업에서 노사협의회 설치가 의무화돼 있는데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 응답이 6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없는 대다수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일상적 의견반영 창구는 노사협의회뿐이다. 노동부는 노동자 권익신장과 노사상생을 위해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성실히 관리·감독해야 하는데도 노사협의회 설치율이 낮게 조사된 것은 노동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러니 노동부는 자료를 숨기고 싶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의 취지는 국민의 알 권리와 소통, 국민 참여와 국정 운영 투명성 확보에 있다. 법적 근거가 미흡한 노조 조합비 장부는 내놓으라면서, 전차보고서도 공개돼 있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조사한 연구보고서는 비공개한다는 노동부의 이중잣대는 이해하기 힘들다.

회계장부 미제출을 이유로 노동부가 삭감한 한국노총 국고보조금의 상당 부분은 지역 노동상담소 운영비 등으로 쓰인다. 매년 임금체불, 직장갑질 등 피해 상담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노동상담소는 법률서비스에 취약한 비조합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법률구조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동부가 노동관계법에 대한 이행점검을 철저히 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피해 상담자들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한 노력은커녕 노동부를 대신해 30여년간 비조합원과 국민에게 법률구조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쓰인 국고보조금마저 중단해 상담소 노동자들의 고용마저 불안하게 하고 있다.

왜 선진국들은 노동자와 노조를 보호하려 할까? 주권자이자 경제주체인 노동자의 보호와 노사 간 힘의 균형은 선진국의 필수요건이자 경제활성화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노동부는 노조 때리기와 같은 갈등 촉발을 지양하고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사회적 대화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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