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희 기자

2019년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대표이사 황정일)이 개관 4년 만에 존폐위기에 놓였다. 황정일 대표이사는 “종사자 처우개선에 직을 걸겠다”며 지난해 부임했다. 하지만 지난달 황 대표가 서울시의회 요구에 따라 제출한 ‘자구안’에는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던 기관의 핵심 전략을 ‘민간 지원’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올해 8월께면 인건비조차 지급하기 어려워진다. 노동자들은 “다음달 내로 추가 예산을 편성해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민간 지원’ ‘공공돌봄’ 기로에 놓였다. 지난 19일 오후 <매일노동뉴스>가 서울 마포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오대희(36)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을 만났다.

통합돌봄의 가능성 보여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황정일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소수를 위한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노동자의 60%가 하루 평균 3.83시간만 직접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월평균 임금은 223만원으로 민간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전체 돌봄노동자의 0.3%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노동자가 지나친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 지부장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설립목적과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서비스 제공시간은 과소계산됐고 월급은 각종 세금을 제하기 전의 평균치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의 실수령액은 교통비와 식비 30여만원을 포함해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지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12개 종합재가센터의 돌봄서비스 제공시간은 하루 평균 5.8시간(노인 요양·장애인활동지원 평균)이다. 교육시간과 이동시간, 준비시간 등을 포함하면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을 넘는 경우도 잦다고 했다. “황 대표가 근거로 삼는 서비스 시간은 코로나19 때를 말하는 거예요. 그때 이용자랑 동반입소한 돌봄노동자들도 있었는데 그런 사례는 언급하지도 않아요.”

서울시뿐 아니라 경기, 인천, 대전 등에 설립된 사회서비스원도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에 놓인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설립됐다. 돌봄노동자에게 안정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면 이용자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오 지부장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은 이용자가 지급하는 바우처에 관계없이 월급을 받기 때문에 이용자 중심의 통합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운영 종료가 예정된 성동종합재가센터의 경우 간호사, 작업치료사,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모두 일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각각의 돌봄노동자가 자신이 가진 자원을 이용자를 위해 연계할 수 있는 구조예요.” 민간기관은 ‘수익’이 중심이기 때문에 돌봄노동자를 최소한으로 고용하거나 복합적인 돌봄이 필요한 이용자를 기피한다.

“돌봄전문가도 아닌 황정일 대표이사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진짜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인지 고민이 들어요. 설립 취지와 목적을 모두 부정하고 역행하는 정책만을 펴잖아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선도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면 민간의 서비스도 견인되는데 직접 서비스를 축소하겠다는 자구안은 문제가 크죠.” 오 지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돌봄 확대 청사진 그리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디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각 구청에게 위탁받아 운영하는 7개 어린이집에 대한 사업 종료도 예고한 상태다. 학부모들과 지부는 함께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사업 종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7개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출연금은 연간 8억원 정도다. 한 해 200억원 규모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에서 큰 규모를 차지하는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민간어린이집과 비교할 때 학부모 만족도는 98.1%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지부가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7개 어린이집 324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때 ‘맞벌이 가정이라 의존도가 높았다’거나 ‘장애통합교육(특수교육대상 아동반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는 교육)이 가능한 곳’ ‘(사라지면)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 지부장은 “공공(어린이집)이기 때문에 더 높은 요구를 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이 더욱 전문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던 곳”이라며 “다문화가족에 대한 교육이나 장애통합교육은 민간이나 일반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제공하기 더욱 어려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3년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평균 예산은 191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이전 예산의 35% 수준에 머무른 68억원만을 배정받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정체성을 두고 노사의 입장이 180도 갈렸다. “민간지원에 집중한다”는 황 대표의 계획과 “공공돌봄은 확장돼야 한다”는 지부의 청사진은 대척점에 있다.

10년차 장애인활동지원사인 오 지부장은 “2019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들어오기 전 민간에서 일할 때는 한 달 내내 이용자와 함께 지낼 정도로 일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들어오면서 돌봄노동의 제대로 된 가치와 ‘누구나 평균 이상의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돌봄은 철저히 개인화·민영화됐어요. 돌봄은 개인과 가족의 부담이 돼버렸으니까요. 그리고 돌봄시장에서 돌봄서비스는 이용자와 돌봄노동자가 주고받는 것이었지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돌봄을 우리 사회, 국가의 문제로 만들었죠. 모두가 평등하게 돌봄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할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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