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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원자에게 최종 합격을 통지한 이후 문자메시지로 채용을 취소했다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해 효력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입사 지원자에게 최종 합격을 통보했다면 근로계약이 성립하고 이를 취소한 것은 해고와 같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도 재확인됐다.

“합격 축하” 통보, 법원 “청약 승낙 의사표시”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회일 부장판사)는 시스템 개발업체 A사에서 해고된 직원 B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21년 2월 B씨와 면접을 진행한 뒤 다음달 12일 최종 합격을 통지했다. 이에 B씨는 18일 인력프로필과 인사기록카드를 작성해 이메일로 제출했다. 그런데 다음날 갑자기 인사담당자가 “회사 내부사정으로 채용이 어렵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3월29일 근무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자 B씨는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으므로 근로계약이 성립했는데도 일방적으로 채용취소를 통보한 것은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고, 부당해고로서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회사는 소송이 시작되자 B씨에게 출근하라고 통지했다. 하지만 B씨는 이미 다른 회사에 들어가 제안을 거절하고 출근을 통보한 4월26일로 사직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쟁점은 △최종 합격 통지의 근로계약 성립 여부 △일방적 채용취소의 서면통지의무 위반이였다. 법원은 “채용 확정 통지로 회사와 B씨 사이에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의사합치가 이뤄졌다”며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판단했다. 채용 절차를 볼 때 B씨가 면접 제의에 응해 근로계약 체결을 청약했고, 회사가 합격을 통보함으로써 청약을 승낙하는 의사표시를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면접 합격 메시지는 내용상 B씨에 대한 채용의사를 외부적·객관적으로 표명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며 “B씨와 회사는 상대방에 대해 근로계약 체결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회사는 2차 면접이 진행되지 않아 근로계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표이사 지시를 받아 최종 합격을 통보했다는 경영관리본부장의 진술을 보면 2차 면접에 응시할 것을 안내하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문자메시지’ 통보 “서면통지의무 위반”

눈여겨볼 판단은 채용취소의 ‘절차적 정당성’ 부분이다. 재판부는 “회사가 채용내정 취소를 통보한 것은 사용자인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른 근로관계의 종료로서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한다”며 “그런데 회사는 B씨에게 일방적으로 채용내정을 취소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을 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 27조의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채용내정 취소 이유가 ‘긴박한 경영상 위기’라는 사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구조조정 논의를 시작해 퇴사자 발생시 신규 충원을 보류하고, 신규채용 규모도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B씨를 해고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무예정일부터 사직처리된 날까지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B씨를 대리한 김종귀 변호사(법무법인 중용)는 “노동자의 입사 신청에 대해 사용자가 최종 합격통보를 함으로써 근로계약이 성립되므로 합격통보 후의 채용취소는 해고와 같다는 대법원 판례 법리가 또다시 확인됐다”며 “채용취소 사안에도 근로기준법 27조에 따라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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