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동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

공공기관은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기준 중앙정부 산하 347개(2022년 350개) 공공기관의 공공기관 총정원은 1분기 기준 43만9천명(윤석열 정부의 인력감축으로 2022년 말 44만5천명 대비 9천명 감소됨)이다. 예산규모는 2022년 791조원으로 추경을 포함한 정부 총지출예산액의 1.16배다. 총자산 규모는 1천55조원으로 국가 총자산의 37.2%에 달한다. 이렇게 중요한 공공기관 운영에 대해 의외로 많은 국민들은 무관심하거나 잘 알지 못한다.

중앙 공공기관을 통일적 관리체계로 전환시킨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이 2007년 제정되면서 그 목적을 “공공기관의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체제의 확립”으로 밝히고 있으나 ‘자율과 책임’은 말뿐이었다. 법제정 후 16년이 지났지만 정권과 기획재정부 등 관료의 비민주적 통제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임원들은 전문성과 관계없이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지는 것도 여전하다. 비민주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11월11일 기재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해 공공기관 자산 14조5천억원을 매각 결정한 사례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민간위원들은 과반수가 불참했지만 정부위원이 대거 6명이나 참석해 회의성원을 맞췄고, 위원들조차 회의장에 도착해서야 안건 확인이 가능했다. 제대로 된 결정인지 따져볼 시간을 보장받지도 못했다고 한다.(2022년 11월14일 한국일보 “14조원이 넘는 공공기관 자산 매각 결정에 민간위원 절반 넘게 불참” 기사 참고)

비민주적 운영의 핵심에 공공기관운영위가 있다. 공공기관운영위는 공공기관 지정과 해제, 기능조정과 민영화, 임원 임명과 해임 건의, 경영평가, 각종 정부지침 제·개정 등을 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가장 중요한 의결기구다. 최대 11명의 민간위원이 참여할 수 있어 일견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가 최근 5년간 공개된 공공기관운영위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평균 회의시간은 회의당 75분에 불과했다. 심의된 안건 741건 중 98.7%인 731건이 그대로 원안 통과됐다. 기재부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되는 한 시간 남짓한 회의로는 독립적 의사결정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공공기관운영위는 그야말로 정권과 기재부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곧 공공기관의 민영화, 기능조정, 임원 임명, 각종 정부 지침, 인력감축 등 중요한 문제가 정권의 뜻대로 그대로 결정된다는 의미다. 공공기관운영위 민주화 없이는 매번 반복되는 낙하산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공공기관이 특정 정권의 입맛에 맞춘 하수인이 되지 않도록 공공기관 운영의 민주화를 법률로 강제해야 한다. 여러 과제들이 있겠지만 ‘공공기관 운영의 3대 민주화’가 시급하다. 3대 민주화는 △공공기관운영위 구성과 운영의 민주화 △공공기관 기능조정과 민영화 결정의 민주화 △공공기관 노사관계 민주화다.

공공기관운영위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려면 △현행 최대 9명인 과도한 정부위원수를 3명 이내로 축소 △민간위원 위촉시 시민사회 참여보장 규정 신설 △노동계 추천 최소 2명 추가 △회의 사전공시와 결과 공개 △회의 개의 요건 강화 △일정수(3분의 1 이상) 요청시 숙의방식 심의 진행이 필요하다.

둘째, 공공기관 자산매각·기능조정·민영화 등 중요한 문제들이 정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지 않도록 국회 동의 조항이 필요하다. 민영화·기능조정·자산매각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로 인한 공공요금 인상, 공공서비스 축소 등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국회 동의절차를 추가해 민영화와 기능조정 같은 결정이 더욱 신중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산지침, 경영지침, 혁신지침, 경영평가, 임원 임면권을 통해 공공기관 임금 등 노동조건이 사실상 결정된다. 심지어 임금체계도 직무성과급제로 일방적으로 변경을 강요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현재 민주노총이 입법발의 추진 중인 산별교섭 법제화를 담은 노동관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운영법 체계 내에서도 공공기관운영위 심의·의결사항 중 예산지침·경영지침·혁신지침·경영평가 등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복리후생 같은 근로조건, 고용과 관련한 사항을 정부와 노동조합이 사전에 심의·의결하기 위한 ‘공공기관 임금·근로조건 결정위원회(가칭)’를 설치·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23일 오후 국회에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민주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토론회가 열린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공기관 운영의 민주화를 위한 법개정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의미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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