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공동대책위원회와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11일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기자실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만족도 조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정소희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오민주(33)씨는 6살 자녀를 은평구 응암행복어린이집에 보낸다. 서대문구 거주자인 그가 다른 구로 간 이유는 이곳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기 때문이다. 오씨의 딸은 발달이 느려 장애통합교육(장애아동반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는 교육)을 받는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은 장애통합반을 운영하고 대부분의 보육교사가 장애통합교육이 가능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었다. 보육교사로 민간·국공립어린이집에서 일해본 오씨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안정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교육시스템, 환경, 보육교사 선생님의 열정이나 역량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안정적인 노동조건에서) 보육교사가 편안하게 아이를 돌보는 모습과 발달이 늦었던 아이의 성장 속도가 점차 맞춰 지는 것을 보면서 안심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어린이집 위탁운영 종료 통보에 그는 “민간위탁으로 전환이 되면 현재 같은 시스템이 잘 유지될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며 “학부모들과 위탁운영 중단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맞벌이 가정 발 동동 “의지했던 어린이집, 민간위탁 원치않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어린이집 운영 중단을 통보하면서 지속적인 운영을 촉구하는 학부모와 보육교사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위탁운영을 종료하면 보육의 질과 노동조건이 후퇴한다고 우려한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이달 초 운영을 종료한 송파어린이집을 포함해 7곳의 어린이집을 구청에게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어린이집은 국공립·민간·가정 어린이집과 달리 수익을 낼 필요가 없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게 출연금을 지원받는다.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도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맞벌이 가정인 김선화(37)씨도 3살·5살 두 아이 모두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영등포든든어린이집에 보낸다. 김씨는 “가정어린이집에 첫째 아이를 보냈었지만 아이가 적응하지 못했다”며 “영등포든든어린이집은 단계별로 적응시스템을 마련해 두 아이 모두 빠르게 어린이집에 적응해 마음이 놓였다”고 밝혔다. 김씨는 “일하는 부모라 아이의 식사를 잘 챙기지 못할 때도 있어 급식의 질이 좋은 어린이집에서 밥을 먹어 다행이라고 여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의지를 많이 했는데 민간위탁으로 바뀐다면 모든 게 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육교사 “수업 연구하고 자기계발 가능했던 노동조건 변할 것”

보육교사에게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은 “자부심을 느낀” 일터였다. 20년 보육교사 경력을 지닌 서은진(44)씨는 응암행복어린이집에서 일한다. 3년 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지원해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입사했다. 경력이 많은 탓에 그는 취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경력과 학력을 고려하지 않고 업무적합성과 국가직무능력표준(NCS)시험을 채용 자격으로 둬 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동료들 모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보육교사라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일한다”고 말했다. 교사에게는 자유로운 연차 사용이 보장되고, 각종 수당을 철저하게 지급하며 보조인력이 적극적으로 지원된다. 수업과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각종 국가지원사업에도 공모할 수 있었다. 그는 “수많은 어린이집에서 일해 봤지만 초과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입사했는데 운영을 중단한다니 ‘취업사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서울시의원은 보육의 질을 높이겠다며 교사들을 채용하고 내팽개치려 한다”며 “민간위탁으로 전환되면 고경력자 교사들부터 퇴사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부모 96% “위탁운영 중단 반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공동대책위원회가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공공돌봄에 대한 이용자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공동대책위와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11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온라인 설문한 결과를 발표했다. 영유아 현원 419명(3월 기준) 중 324명의 학부모가 참여한 설문에서 96%의 응답자가 어린이집 운영중단에 반대했다. 응답자의 98.1%는 민간어린이집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돌봄서비스가 낫다고 답했다. 민간과 비교해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이 가진 장점으로는(복수응답) 89.2%가 “공공이 운영해 신뢰성이 담보된다”는 답을 골라 공공돌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응답자의 97.5%는 “영유아 돌봄사업에 서울시 책임이 커져야 한다”고 답해 공공돌봄에 대한 인식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고용환경이 불안정하면 아이들의 보육도 불안정하다”며 “돌봄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이 좋은 돌봄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상식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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