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740여명이 포스코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법인을 상대로 학자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금 법인은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자녀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소송 당사자들에게만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시정지시를 내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시정을 권고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법정에서 결론나게 됐다.

노동부 과태료 처분에 불복, 인권위 권고도 불수용

10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소장을 보면 지난달 초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 270여명과 포항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 470여명은 각각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법인을 상대로 자녀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로,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다.

소송 대리인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경주사무소)는 “사내협력업체 직원 모두에게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차별로 인한 불법행위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청구 금액을 정확하게 특정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건은 2021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스코는 당시 ‘포스코·협력사 상생발전 공동선언문’을 통해 원·하청 간 임금격차와 복리후생 차별을 해소하겠다며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포스코 사내협력업체 소속 1년 이상 재직자에게는 자녀학자금을 지급하고,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는 연 99만원 복지포인트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기금 법인은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소송 당사자들에게 자녀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하지 않았다. 사내협력사 직원이 아닌 포스코 직원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다.

노동부 여수지청과 포항지청은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사공동근로복지기금에 근로복지기본법 93조1항에 따라 시정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두 기금 법인은 이행하지 않았고 각각 100만원과 1천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금은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해 4월 기금 법인에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기금측은) 학자금 지급 대상 근로자가 향후 협력사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학자금 지급을 유보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금측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도 지난해 12월 기금 대표에게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자녀학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차별이라며 지급을 권고했다. 기금 대표는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불법파견 소송·노조 조직 약화 의도”

노동부와 인권위에서 일관된 판단을 내린 만큼 향후 재판에서도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소송에서 노동자들이 승소하더라도 차별이 바로 시정될지는 미지수다. 기금 법인측이 항소와 소송지연 등을 통해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금 법인은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과태료 부과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서도 지난해 5월 대구지법에 항고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 관계자는 “(기금 법인측은) 소송에서 이긴다는 목적보다는 정규직 전환 소송 규모를 줄이고 노조 조직화를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하청노동자 임금을 가지고는 자녀학자금에 따르는 경제적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금 법인이 소송 당사자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포스코가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회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자택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하청노동자에 대한 차별 중단과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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