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노사관계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가 개입해 도리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정부가 분규사업장에서 일방적으로 사용자 편을 들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심지어 노조가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는 사업장에 근로감독관이 설비업체 인력을 직접 인솔해 투입하려다 물리적인 충돌을 빚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경찰은 대체인력 투입을 막는 노조 간부와 조합원 11명을 연행했다.

“대체인력 아닌 설비점검 인력”이라며 공장 진입 시도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소속 최아무개 근로감독관이 8일 오전 9시께 설비업체 인원을 직접 인솔해 노조가 파업 중인 전북 완주산단 일진하이솔루스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곳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반발한 사용자쪽이 지난 2일 직장폐쇄를 한 곳이다.

금속노조 일진하이솔루스지회는 반발했다. ‘설비업체 인력’은 포장일 뿐 실상은 파업 대체인력이라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 중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하고 있다.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지회와 금속노조 전북지부 관계자 20여명은 이들의 출입을 저지하는 연좌농성을 벌였다. 정오께 사용자쪽에서 설비업체 인력을 철수하겠다고 밝히자, 지회도 경찰이 먼저 철수하면 연좌를 풀겠다고 구두논의 했다. 그런데 경찰이 이런 약속을 저버리고 연좌농성 중이던 전북지부장과 간부 등 11명을 연행했다고 지회는 밝혔다.

근로감독관의 인력 투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3일에도 근로감독관이 설비업체 인력을 인솔해 공장에 진입했다. 지회는 “당시 지청은 근로감독관이 (대체근로가 아닌) 설비점검 작업에 입회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설비점검 인력이 공장에 들어온 뒤 바로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노동부가 불법 대체인력 투입을 진두(지휘)하는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전주지청은 오히려 대체근로 여부를 감독하기 위해 근로감독관이 입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승배 전주지청 근로개선1과장은 “지난해 설치해 운용 중인 자동화 설비공정 오퍼레이팅을 위해 해당 업체 직원들이 사업장에 진입했고, 근로감독관은 오퍼레이팅 외 업무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회한 것”이라며 “대체근로 여부에 대해서는 진정이 제기돼 근로감독관을 추가로 파견해 확인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로감독관이 마치 불법 대체인력을 인솔해 진입한 것인양 알려져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직장폐쇄 이후 대체인력 투입 시도까지 이어지면서 일진하이솔루스 노사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일진하이솔루스는 지회가 3차례 쟁의행위를 한 것을 빌미로 2일 0시부로 직장을 폐쇄했다. 지회는 교섭을 해태한 사용자쪽이 쟁의권을 확보한 뒤 실시한 간부파업과 잔업거부를 빌미로 ‘공격적 직장폐쇄’를 했다며 비판했다.

조양한울, 두 달 전 고객사에 연락해 “직장폐쇄할 수도”

‘공격적 직장폐쇄’ 논란은 일진하이솔루스만이 아니다. 대구에 위치한 제조업체 조양은 지난 3일 오전 6시를 기해 자회사인 한울기공과 함께 직장을 폐쇄했다.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가 쟁의행위를 해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다. 분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의 직장폐쇄를 ‘기획된 노조탄압’으로 규정하고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사용자쪽은 분회의 쟁의행위로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겨 직장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직장폐쇄가 지난 3월부터 계획했다는 정황들이 드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분회는 사용자쪽이 고객사에 보낸 문건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사용자쪽은 해당 문건에서 “이 싸움(노사 갈등)은 노조가 포기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며 노조가 물러서지 않는 한 사업정리도 각오하고 있다”고 썼다. 이곳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임금교섭을 실시해 13차례 교섭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분회는 사용자쪽이 고객사에 3월 보낸 문건을 보면 적어도 당시부터 직장폐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분회는 “임금교섭에 불참하며 교섭 해태를 일삼은 사용자쪽은 고객사에 직장폐쇄를 암시하는 입장표명을 하며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당한 파업을 무시하는 공격적 직장폐쇄는 명백한 노조 탄압이고, 노동자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사용자쪽 부당노동행위”라고 꼬집었다.

현대제철에서는 지난 4일 집회신고의 의무가 없는 사내집회를 경찰이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강제 해산하고 참가자를 연행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경찰은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한 노조와 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의 사내집회에 해산을 명령하고 따르지 않자 노조 간부들을 연행했다. 사내집회는 대중 접촉 가능성이 없어 신고할 필요가 없다.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가 노사 관계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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