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지난달 26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선고가 있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1형사부는 한국제강으로부터 제강 및 압연 보수작업을 도급받은 ‘강백산업’의 대표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강백산업의 도급인인 한국제강의 대표이사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으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여 법정 구속했다. 더불어 한국제강 주식회사는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원청 대표가 처음으로 구속된 사건이기에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서인지 선고한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예외적으로 판결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양형 판단과 관련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목적과 제정 경위를 고려했을 때 ‘엄중한 형사책임을 부과함이 타당’하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양형 이유로 열거된 경영책임자의 다수의 동종 전과를 보면 왜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이행조치가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내용을 보자면, 2010년 6월9일 분할 전 한국제강 사업장에 대한 검찰청·고용노동부 합동점검에서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다. 2020년 12월21일 부산노동청 창원지청의 산업안전 근로감독에서 또다시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솜방망이 벌금형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이행의 결과로 전혀 작동되지 못했다. 관리·감독할 국가기관 역할이 부재했음을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2021년 5월24일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정기 감독에서 또다시 안전조치 의무위반 사실을 적발하게 된다. 하지만 반복적인 안전조치 의무 위반 적발, 산재 사망사고까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사고로 마산지원은 2022년 5월10일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회사는 이 또한 항소했다. 2023년 2월9일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은 후에야 판결이 확정됐다.

만약 여러 차례 일어난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제대로 묻고, 조치이행 여부를 관리감독 했다면, 2021년 한국제강에서 사망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았으나 검찰과 재판부가 2021년 산재 사망사고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한국제강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처벌했다면, 2022년 3월16일 또다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22년 한국제강 매출액 8천340억원에 발톱의 때만큼도 미치지 못한 1천만원의 벌금형은 경영책임자와 회사를 움직이기엔 너무나 미미한 처벌이었기에 산재 사망사고 발생 이후 의당 필요한 안전조치 의무도 가볍게 위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깐 또다시 2022년에 산재 사망사고가 되풀이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2호 선고는 한국제강 사업장의 노동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문제의 책임이 경영책임자에게 있고,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확인한 판결이다. 하지만 2021년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권고 형량 범위를 징역 2~5년으로 대폭 상향됐음을 감안하면 반복적인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인데도 검찰 구형 2년, 중대재해처벌법 최저형량인 1년 실형은 너무나 부족한 결과다. 판결문도 ‘피고인의 죄책은 상당히 무거우므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고, 한국제강에도 그에 상응하는 사회·경제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했으나 법인에 대한 벌금형 1억원 또한 매출액 규모와 비교할 때는 너무나 턱없이 낮은 처벌이다.

매년 한국에서 2천400명 이상 발생하는 산재 사망의 원인 제공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은 하찮게 대하면서 법 위반과 위험한 현장을 방치해왔던 기업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이러한 기업의 행태를 감독하고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했던 노동부, 검찰, 사법부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그리고 미흡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보완하기보다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덜고, ‘자율안전’이라며 현재 한국의 노동 현실에는 맞지 않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적 생명안전 개악·후퇴는 2026년까지 산재 사고사망 만인율을 0.29로 감소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중대재해 발생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올해만 부산지역에서 13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망사고로 사망했다. 이 중 7명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다. 여전히 절반 이상의 사망사고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건설노조와 건설노동자에 대한 폭압적인 노조탄압을 강행 중이다. 지난 1일 기준으로 13회에 걸친 압수수색, 950명여명의 소환조사, 15명의 구속자를 만들면서 아주 집요하고 광범위하며 무자비하게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의 결과는 더 많은 중대재해 발생과 이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이지 않겠는가. “정당한 노조행위를 업무방해와 공갈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죽음으로 항변한 건설노동자의 피맺힌 절규 앞에 정부가 취해야 할 행동은 노조탄압 중단과 죽음에 대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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