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이유다. 그런데 '공공성'을 이유로 공공행정, 교육서비스, 국방 업무를 맡는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를 적용받지 못한다. 그 누구도 안전할 권리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공공운수노조가 6월 말 개정을 앞둔 고용노동부 고시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을 바꿔야 하는 이유를 네 차례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 김계호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차장
▲ 김계호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차장

2022년 산업재해 노동자는 총 13만348명이며, 그중 2천223명이 사망했다.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와 일하다 병에 걸려 돌아가신 노동자를 추모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교육서비스업에서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일부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서비스 및 공공행정에서 일하는 자치단체공무직·교육공무직이 가입한 노동조합은 사측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해 왔다. 일터에서 다치거나 병들어 사망하면서 자신의 업무가 일반 공공행정과 비교해 노동형태가 현저히 다르고 유해·위험 요인이 높은 현업업무임을 계속 증명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서 법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직군을 노동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도록 했고,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을 통해 교육서비스 및 공공행정 사업에서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직군 업무를 명시했다. 고시에 따라 공공행정에서는 △시설관리 △도로 유지·보수 △도로 환경미화 △공원관리 △산림보호 △조리시설 6개 업무만, 교육서비스는 △시설관리 △경비·통학보조 △조리시설 3개 업무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적용 대상이 됐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직군과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의 모든 직군은 여전히 법의 핵심조항을 적용받을 수 없다.

간호사인데 병원에서 일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받지만, 구청 보건소에서 일하면 일부만 적용받는다. 또한 지자체 소속 공무직은 주차단속을 하면서 폭언과 폭력 등 감정노동에 시달리지만,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들어갈 수가 없어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수 없다. 학교에서는 위험한 유기용제를 다뤄 특수건강검진을 받는 과학실무사가 제외되기도 하고, 장애 학생을 지원하며 감정노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교육지도사도 제외다. 심지어 국방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현업 직군인 급식·미화·시설 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국방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배제당하고 있다.

불합리한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과거 공공기관 현업직군의 수가 많지 않았기에 법적용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1993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처음으로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교육사업 등’ 현재까지 이어지는 제외 대상이 등장했다. 20년 전 지자체·국방부·학교 등의 모습을 상상하면, 특별법을 우선 적용받는 공무원 및 군인 등의 종사자가 대부분이고 민간인 신분의 공무직 노동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공공부문의 역할이 강화하고 역할이 세분화하면서 다양한 직군의 공무직 노동자가 늘어났다. 20년 전 만들어진 법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공공부문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등 많은 노동법들이 모든 노동자에게 온전히 적용되지 않는다. 다수의 법령은 사업장 노동자 규모에 따라 기준을 정하는데, 정부는 영세업체의 부담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사용종속 관계인 사업장 내에서 사업주 형편을 고려해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겠다는 노동부의 입장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

노동부는 올해 6월30일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적용제외 현업업무 고시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등 조치를 해야 한다. 더 이상 ‘타당성 검토’라는 허울에 갇혀 공공기관 공무직 노동자들이 안전과 보건에서 차별받는 것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에게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기에 산업안전보건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법 적용제외 대상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현장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산안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지금 당장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기준에 대한 고시를 확대하고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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