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이유다. 그런데 '공공성'을 이유로 공공행정, 교육서비스, 국방 업무를 맡는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를 적용받지 못한다. 그 누구도 안전할 권리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공공운수노조가 6월 말 개정을 앞둔 고용노동부 고시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을 바꿔야 하는 이유를 네 차례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나는 국방부 상무대 부대에서 10년 넘게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노동자다. 일할 때는 늘 산업재해의 불안함을 느낀다.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중앙행정기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산업안전 관련 교육을 받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해 노사가 대등하게 안전을 위한 대응책을 논의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더 심한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 송창환 공공운수노조 상무대지회장
▲ 송창환 공공운수노조 상무대지회장

국방부에서 일하는 공무직 노동자수는 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하는 일은 국방부의 각종 시설물 유지·보수, 설비, 환경미화 등 다른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노동자와 하는 일과 같다. 그런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상 국방 분야의 모든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건보건관리체제, 안전보건관리규정, 안전보건교육에서 제외된다. 안전관리 체계에서 제외되니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만들 의무가 없고, 규정을 만들 의무가 없다. 그리고 안전교육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산업재해가 일어난다. 국방부 각 부대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직 노동자들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특히 상무대 근무지원단 노동자들의 재해 실태는 처참하다. 보일러실의 경우 지하 공동구(배관로) 작업 시 경사로 안전 조치가 미흡해 동료가 사다리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2년간 병원 치료를 받다가 중도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기계 소음으로 발생하는 배관, 유리섬유 분진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높은 습도와 해충 발생에 따른 혈압·당뇨 등 심혈관계 질환과 뇌혈관 질환, 피부 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단순노동으로 분류되는 청소·미화 노동자도 예외는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노동에 근골격계 질환이나 독성이 있는 세제 사용으로 인한 피부 질환과 폐질환, 당뇨, 혈압 등 심각한 질환으로 고생하는 노동자가 많다. 우리는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다.

2022년 국회 국방위원회 송옥주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국방부 공무직 노동자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3년간 산업재해가 88건 발생했고, 사고성 산업재해가 79건, 질병성이 9건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병가나 휴직은 209건이다. 공식적 산재 발생 건수와 병가나 휴직 간 차이가 두 배 이상 나고, 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식으로 병가나 휴직을 신청하지 않는 것까지 합치면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국방부라는 폐쇄적인 조직 특성상 공무직 노동자가 자신의 안전 문제를 적극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보안 구역이라며 현장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 없을 정도다. 현장에선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산업재해 신청보다 두 배 이상 노동자들이 건강 문제로 제대로 일을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질병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로 국방부 공무직 노동자의 부고를 접한 적도 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일이 아니다. 우리도 다른 공무직 노동자들처럼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이 필요한 노동자다. 국방 분야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제외 시행령을 개정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의해야 한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고용노동부 최우선 정책 목표는 근로자 안전과 건강’이라고 했다. 1만 국방부 공무직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노동부 장관은 국방 업무를 제외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바뀔 수 있도록 즉각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안 되지 않겠는가.

공공운수노조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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