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이유다. 그런데 '공공성'을 이유로 공공행정, 교육서비스, 국방 업무를 맡는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를 적용받지 못한다. 그 누구도 안전할 권리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공공운수노조가 6월 말 개정을 앞둔 고용노동부 고시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을 바꿔야 하는 이유를 네 차례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이민규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조직국장
▲ 이민규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조직국장

교육공무직은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학교 교사의 수업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업무가 교육공무직의 손으로 이뤄진다. 다양해진 학교의 역할만큼 교육공무직의 업무도 다양하다. 아이들의 맛있는 점심을 만드는 급식노동자, 정규 수업이 끝난 후 학교에 남은 아이들을 돌보는 노동자, 정규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정노동자, 학교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보수하는 시설노동자, 깨끗한 학교를 위해 일하는 청소노동자 등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양한 업무만큼 다양한 위험이 발생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위험을 막기 위한 사용자의 의무를 규정한다. 노동자 스스로 업무의 위험을 알고, 위험작업 개선을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도록 사용자를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교육공무직을 비롯한 학교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전체를 적용받지 못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은 ‘교육서비스업 중 초등·중등·고등 교육기관, 특수학교·외국인학교 및 대안학교’를 적용 제외했다. 단 일부 직종만 산업안전보건법 전체 적용을 받는다. ‘청소·시설관리·조리 등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사람’이다.(고용노동부 고시 2020-62호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고, 아픈 재해는 일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일하는 기관에 좌우되지 않는다. 교육서비스업 노동자라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 아주 좋게 해석해 ‘교육을 중시하는 대한민국이니 교육서비스업 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자신감인가’ 생각했지만, 아니다. 정부의 의도가 어쨌든 정작 학교 노동자들은 안전하지 못한 일터에서 신음한다. 지금 학교 급식실은 열악한 시설과 과도한 업무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폐암’ 산업재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급식실 폐암은 위험 요인을 사전에 평가하고 개선하지 못해 발생한 전형적인 산업재해다.

급식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의 학교 노동자들도 각종 사고와 근골격계 질환, 감정노동으로 인한 직무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특히 특수교육지원 노동자는 장애아동에게 상해를 입는 등 각종 사고에 노출돼 있지만 보호 체계가 없어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이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산업안전보건법 전체를 적용받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법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노동자도 많은 실정이다. 한 교육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 안건을 제안했는데, ‘현업 직종인 급식실 영양사에 한정해서만 다룰 수 있다’는 사용자쪽의 무지한 답변이 대표적 사례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주요사항을 노사가 동수로 모여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다시 말해 노동자가 노동안전 문제를 사측과 교섭하는 중요한 창구이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스스로 모든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검토하고 해결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따라 법적용이 제외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무슨 수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용자의 의무인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유지·증진한다는 것인가?

교육공무직본부는 2018년부터 ‘모두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내걸고 산업안전보건위 설치를 요구했다. 지금 현업업무에 산업안전보건법 전체를 적용하도록 바꾼 것도 노동조합 투쟁의 성과다. 6월30일은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 고시가 개정이 되는 시기다. 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서비스업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전체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고시 개정을 위해 노동자 실태 증언대회를 비롯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교육공무직 노동자는 한목소리로 외친다.

“모든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모든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전체 적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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