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사립대 교수의 보수를 기존의 호봉제 대신 ‘성과연봉제’를 적용해 지급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수들의 적법한 동의를 받지 않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하급심 확정이나 파기환송된 사례는 있었지만, 대법원이 대학 교원의 보수체계 변경의 위법성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년 만에 최종 결론, 불이익 변경 여부 쟁점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대전대 교수 A씨 등 42명이 학교법인 혜화학원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전대 교수 10명이 낸 후속 소송도 이날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소송 시작 이후 최종 결론까지 6년3개월이 걸렸다.

소송 발단은 대전대가 2007년 3월께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전에는 공무원보수규정을 준용한 호봉제에 따라 교수들은 승급했다. 그런데 2007년부터 개인별로 차등지급할 수 있는 비누적급여 조항을 규정했다.

그러자 교수들은 2014~2016년 기간의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며 2017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학측은 교수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임금이 줄지도 않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성과 향상과 동기 부여를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이 필요했기 때문에 교수들 동의 없이 개정됐더라도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 “과반 동의 없이 변경, 지위 불안정”

1심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고 판결했다. 먼저 교수들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기본급이 지급되고 재임용·승진 등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를 전제로 보수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교수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됐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호봉승급에 따른 단계적 임금상승 기대권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 보수규정 준용에 따라 적용받던 매년 물가상승·최저임금 등을 고려한 임금상승률이 적용되지 않게 됐다”며 “대학의 업적평가 권한 강화로 교원 지위의 불안정 초래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실제 성과연봉제 도입 이후 2010년부터 1년을 제외한 5년간 기본급이 인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무원 보수보다 교수들의 실수령 연봉은 낮아졌다.

아울러 취업규칙 변경에 교수 과반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보수체계 변경으로) 성과연봉 및 성과급뿐만 아니라 기본급 인상도 평가를 반영해 차등 지급함에 따라 교원에 대한 업적평가 권한이 강화돼 교원의 지위가 열악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시 대학이 자의적으로 기본연봉 인상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여지가 더 커지고 원고들의 기본연봉 인상 여부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현저하게 감소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직원 노조와 임금협약을 체결한 것과는 달리 교원 동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정상황도 열악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무원보수규정을 근거로 본봉과 정액연구비·비정기 성과상여금·교통비·근속가봉액 등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사립대 보수 변경에 제동’ 판례 축적

사립대의 교원 보수체계 변경을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판결이 늘어나는 추세다. 임금동결로 전국 최초로 교직원이 소송을 냈던 ‘경성대 사건’은 2021년 12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됐다. 과거 공무원보수규정을 적용해 임금을 실질 삭감한 ‘동신대 사건’도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됐다. 대전대 교수들을 대리한 김광산 변호사(법률사무소 교원)는 “교원의 적법한 동의 없이 보수체계를 변경한 행위가 무효라는 점을 대법원이 처음으로 명시적인 판결을 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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