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다 다 죽는다잉~" 환경부 청사 방향으로 행진하던 이들이 쓰러져 눕는 다이-인(dye-in)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이러다 다 죽는다잉~" 환경부 청사 방향으로 행진하던 이들이 쓰러져 눕는 다이-인(dye-in)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제주는 지금 대량 학살의 현장이에요. 너무 많은 시신을 봤습니다. 이젠 멈춰야 합니다.”
제주 ‘생태 학살’을 말하는 강정마을 주민 엄문희 씨의 목소리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비자림로 확장 공사로 이미 많은 생명을 잃은 제주는 2공항 건설사업으로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뿐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신공항·발전소·케이블카 등 난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기후부정의’라고 규정한 4천여 명의 사람들은 14일 세종정부청사 앞에 모여 ‘기후정의파업’을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기후위기 대책에 지난해 9·24 기후정의행진보다 위기감이 높아진 모습이다.

이날 오후 4·14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기후정의파업, 함께 살기 위해 멈춰’ 집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파업 선언문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폐기 △에너지·교통 사회공공성 강화 △생태학살 개발사업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초안에 대해 이들은 “산업계의 배출량을 810만톤 늘려주는 것”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하겠다는 셈”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연도별 감축목표량 자체가 부족한 건 말할 것도 없고, 다음 정부에 감축량을 다 떠넘겼다. 정부의 무책임에 기가 찬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지난달 제주2공항,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환경부의 허가에 이어, 가덕도 신공항을 2030년 부산 엑스포 전 개항하겠다는 국토부 발표가 있었다”며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기후위기 시대에도 너무나 당당하게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고 비판했다.
기후정의를 위해 대기업들의 에너지 요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시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대신 공공성 강화로 에너지 통제권을 찾아와야 한다는 취지다.

제주부터 강원까지, 지팡이를 짚은 노인부터 초등학생까지 각자의 기후위기를 안고 한자리에 모였다. 이지연(40)씨는 대전에서 조카들과 함께 왔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를 빠지고 집회에 왔다. 우리 모두의 문제인 만큼 아이들도 제대로 알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형중(70)씨는 경북 영양에서 풍력발전소 문제를 안고 기후위기파업에 동참했다. 그는 “발전소 짓는다고 깊은 산을 다 헤집어놨다”며 “산을 가만히 둬라”고 외쳤다.

다양한 복장도 눈에 띄었다. 문화연대는 재난구호용품인 은박 담요를 둘렀다. 기후위기가 그만큼 긴박하다는 의미다. 발전노조는 안전모와 방진복을 갖춰 입고 나왔다. 기후위기에서 노동자들이 배제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 함께 살기 위해 멈춰
▲ 함께 살기 위해 멈춰

파업 행진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앞에서 출발해 산업통상자원부, 정부종합청사 종합안내실, 환경부·국토부를 지났다.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도로점거 직접행동을 진행해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들은 ‘함께 살기 위해 멈춰’를 상징하는 사이렌을 울리며 5분여간 도로에 누워있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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