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의 ‘월봉’ 전체 금액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월봉의 60%만을 통상임금으로 정한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노동자 “월봉은 기본급, 통상임금 해당” 소송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3일 오전 건강보험공단 노동자 A씨 등 317명이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 제기 7년 만의 최종 결론이다.

공단 일산병원은 2012년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월봉의 60%를 통상임금으로 산정했다. 병원은 이를 기초로 시간외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연차휴가근로수당 등을 지급했다. 단협 조항은 임금을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일체의 금품이라고 정하면서도 통상임금을 월봉의 60%로 한정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월봉은 ‘기본급’이므로 전체 금액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2015년 3월 소송을 냈다. 이들은 “단협과 같은 합의는 그 자체로 근로기준법에 반해 무효”라며 “월봉의 나머지 40%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대상자도 임금총액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입해야 해서 납입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병원측은 “2010년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에 따른 연봉제도 개편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법정수당의 추가 부담을 방지하기 위해 단협에서 통상임금을 월봉의 60%로 정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월봉 전체를 통상임금으로 본다면 안정적 지위가 보장된 직원들에 비해 병원의 재정적 부담이 늘고 건강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1심은 병원측 손을 들어줬다. 월봉 60%를 통상임금으로 정한 단협 조항은 합리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월봉 60% 조항은) 단협에서 보수체계를 단일화하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이를 무효로 할 경우 단협에서 체결된 임금 합의 전체를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단협 체결로 오히려 통상임금 액수가 늘었다고 판단했다.

1심 뒤집고 ‘월봉 전체 통상임금’ 판결

하지만 항소심은 월봉 전체가 통상임금이라며 1심을 뒤집었다. 직급에 따라 매달 균등한 월봉이 지급됐으므로 월봉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4급 이하 일반직 직원들이 2010년 12월 보수규정 개정에 따라 사전에 정해진 1년간 금액을 12등분한 월봉을 매월 균등하게 받아 온 점이 근거가 됐다.

더불어 기본연봉에 통합된 상여금과 성과연봉·건강관리보조비·가계지원비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우수당(일정 연수 근무시 상위 직급 직원 대우)·보직수당·장기근속수당·식대보조비·야간근무자 식대보조비 역시 소정근로의 대가라고 해석했다. 병원측의 ‘신의칙 위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피고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2013년 12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삼았다. 당시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성질을 가지는 임금을 일부 제외한 채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산정하도록 노사가 합의한 경우 그 금액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할 때는 노사합의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통상임금 성격의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효력이 없다는 뜻이다.

이날 판결은 다른 건강보험공단 통상임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하급심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기일을 추후지정한 상태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정명기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거나 미달한 부분을 정한 단체협약의 효력 및 통상임금성 판단에 대한 기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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