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련 금속일반노조

단체협약이 정한 노조 조합원 대학생 자녀의 ‘등록금 전액 지원’과 관련해 지급 기한에 제한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단협 규정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다면 명문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벨리스코리아노조 자녀 ‘한의대’ 재학에 논란

1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노벨리스코리아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단체협약의 해석에 대한 견해의 제시 재심결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중노위 판정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평면·압연 알루미늄 제품 생산업체인 노벨리스코리아 노사는 중·고등학교와 대학에 재학 중인 조합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단체협약을 2020년 체결했다. 만 1년 이상 5년 미만 근속한 조합원은 대학생 자녀 1명, 만 5년 이상 근속한 조합원은 대학생 자녀 2명에 대한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도록 했다.

그런데 조합원 A씨 자녀가 6년제인 한의대에 입학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A씨는 2021년 2월 자녀의 9학기 등록금 지급을 신청했지만, 사측은 8학기 초과를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자 A씨와 노조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등록금 지급 기간에 관한 견해제시를 요청했다.

경북지노위는 “등록금 전액의 지급 기간이 최대 8학기로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지급 기간은 최대 8학기까지 제한된다며 초심을 취소했다. 노조는 재심 결정에 불복해 2021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측은 기간 제한에 관한 내용이 단협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 “명문 규정, 노동자 불리하게 해석 금지”

법원은 ‘등록금 전액’의 지급 기간을 ‘최대 8학기’로 제한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중노위 판정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단협 지급조항에는 등록금 지급 기간을 8학기로 제한한다는 등의 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조항의) 객관적인 의미는 (5·6년제 대학 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대학에 재학 중인 자녀에 대한 등록금을 전액 지급한다는 것임이 문언상 명확하다”고 판시했다. 명문 규정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형해 해석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단협 해석에 이견으로 분쟁이 발생한 까닭으로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제로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한 경우에도 일단 어느 일방이 이견을 보여 분쟁으로 이어지기만 한다면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한 경우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국내 정규전문대학 및 국내 4년제 정규대학’으로 정한 단협 조항을 2002년 ‘대학(전문대 포함)’이라고 변경한 취지는 등록금 지급 범위를 ‘8학기 초과’로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등록금 지급 액수는 그대로 두면서도 대상을 확대해 지급방식에 확연히 차이를 뒀다”며 “4년제를 초과하는 대학에 관해 ‘전액’의 등록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취업규칙 해당, 단협 위반한 불리한 근로조건”

나아가 ‘등록금 지급’ 단협 조항은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회사가 단체협약에 반해 근로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것”이라며 “제정·시행 과정에서 노조나 근로자들과 협의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등록금 지급 기한을 제한한 것은 단협에 위반해 무효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급 기간을 제한한다는 ‘노동관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조를 대리한 박운병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단협 해석방법은 문서에 표시된 대로 그 내용을 인정해야 하고,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법원이 장학금 지급규정의 명확한 객관적 의미를 토대로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