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노회찬재단 주최로 1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사회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회 -노동문제를 중심으로- 에서 조돈문 비정규노동센터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리나라 노동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다. 국민 10명 중 9명은 비정규직 증대가 양극화의 주된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비정규직 규모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더 큰 문제로 인식했다. 이런 인식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선택으로도 나타났다. 국민 2명 중 1명(50.8%)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차별시정을 통해 비정규직 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나 대다수 언론의 노조 혐오와는 달리 국민 대다수는 노조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를 위한 노조활동은 기대만큼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절반 이상 “차별시정이 가장 중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노회찬재단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불평등 사회 국민인식조사 2차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월3일부터 같은달 20일까지 국민 2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의식조사를 노동문제 중심으로 분석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민 2명 중 1명(58.5%)은 비정규직 규모가 늘어난 것은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답은 11.1%에 그쳤다.

비정규직 증가의 원인은 기업의 탓이 크다고 봤다. 비정규직 증가추세 원인을 묻는 질문에 42.1%가 “기업의 과도한 이윤추구”라고 답했고, “기업의 재정난(32.5%)”과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보호(17%)”가 뒤를 이었다.

비정규직 문제는 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데에도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국민 3명 중 2명(62.6%)은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 되는 것은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차이 때문이다”라는 의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찬성은 37.4%였다.

비정규직 규모가 많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비율(68.6%)보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등 노동조건 격차가 심각하다(76%)에 공감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식으로 국민 2명 중 1명(50.8%)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차별시정을 통해 비정규직의 임금 현실화라고 답했다. 비정규직 고용 제한(24.5%)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15.7%) 등이 뒤를 이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정책이 그동안 비정규직 사용제한에 무게를 뒀는데, 국민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완화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노조에 대한 국민인식, 기대만큼 실망도 커

국민들은 격차 완화나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노조활동에 기대를 걸면서도 실제 노조의 성과는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부가 노조를 때리면서 노조 혐오를 부추기고 있지만, 국민 10명 중 8명(79.6%)은 여전히 노조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국민 46.1%는 “노조가 불평등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이 노조에 기대하는 모습과 노조의 활동 모습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컸다. 국민들은 노조의 미래 중심 활동은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자를 보호하는 것(33.7%)”이 돼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현재 노조의 중심 활동은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58.7%)”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노조가 전체 노동자를 위해 일한다는 인식은 5년 새 반토막이 났다. “(노조가)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데 2017년 응답은 21.8%였지만, 올해 11%로 떨어졌다. 노조간부, 일부 노동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응답은 46.1%에서 5년새 51.4%로 늘었다.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이 15.4%에 불과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노조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보호를 위한 활동에 더 많은 자원을 배치해 활동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규직인 조합원들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시장의 다른 두 주체, 정부와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특히 정부는 고용주의 인력 사용 관행을 압박하는 정책과 법제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민 “노동 3권 침해” 인식 커져
“비정규직 문제 향후 5년 더 심화할 것” … 전문가 “현 정부 노동정책 탓, 수정해야”

국민들은 양극화의 주된 원인인 비정규직 문제를 윤석열 정부가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는 오히려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 53.7%는 “윤석열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성과를 거둘 것이냐”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동의한다는 답은 11.1%에 불과했다.

미래 전망은 암울했다. 국민 4명 중 1명(74.4%)은 향후 5년 동안 비정규직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확대할 것이라는 응답도 68.3%였다.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받고 있다는 응답은 2017년 24.1%에서 올해 16.3%로 크게 줄었다.

기업 중심의 정부 정책의 전환 필요성도 확인된다. 국민들은 노사 간 협상이 결렬될 경우 노측(13.9%)보다 사측(15.8%)의 책임이 더 많다고 봤고, 노사관계 정책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향(54.2%)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았다. 정부가 기업의 편만 든다고 평가하는 시민도 72.9%에 달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국민 정서에 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책 수정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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