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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골프장 조경업무를 하다가 허리디스크에 걸린 노조간부 출신 노동자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법원은 노조 전임활동 등으로 작업하지 않았던 기간을 빼더라도 조경작업이 신체에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것으로 판단했다.

24년간 조경관리, 허리디스크 발병

1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단독(정성화 판사)은 골프장 조경노동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96년 창원컨트리클럽에 입사해 골프장 코스와 조경을 관리했다. 주 6일, 하루 8시간을 주간에 근무하며 잔디 이식과 전정·벙커 정리 등을 도맡았다. 2004년부터는 오후에 4시간씩 창원컨트리클럽노조에서 반전임 간부로 활동했다.

2014년부터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적용을 받아 노조에 전임했다. 그해 3월부터 약 2년6개월 동안 활동한 후 4개월간 다시 본업에 들어갔다가 2016년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약 1년11개월간 재차 전임 간부로 지냈다.

이후 복귀해 1년간 조경 관리를 하다가 6개월간 휴직한 후인 2020년 6월 척추탈위증·척추후방전위증·추간판탈출증 등을 진단받았다. 2019년께부터 제대로 걷지 못했던 A씨는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예초 작업을 하며 허리를 숙이고 비틀고, 어깨 위로 손을 올리는 등 허리에 부담이 되는 행동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단은 요양급여를 승인하지 않았다. 지속적인 요추부담이 가해지지 않았다고 봤다. 약 14년간 노조 전임·반전임으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빠졌고, 이후에도 현장근무 경력은 1년4개월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업무상 재해라며 2021년 12월 소송을 냈다. 그는 “약 24년간 골프장 코스관리와 조경업무, 노조 전임활동 등을 하면서 요추에 신체부담이 누적돼 허리디스크가 유발되고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법원 “노조활동 기간 빼더라도 19년간 작업”

법원 감정의는 약 19년간 조경업무를 하며 노조활동을 했던 기간에도 퇴행성 변화가 지속돼 빨리 악화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소견을 냈다. 다만 척추후방전위증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척추후방전위증’은 뼈가 어긋난 상태로 아래 뼈를 기준으로 위 뼈가 아래 뼈보다 뒤로 어긋난 질병이다.

법원은 ‘척추후방전위증’을 제외한 다른 질병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간벌·전정·벙커정리·조경업무 등을 수행했고, 사무직에 종사한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그 기간이 약 19년에 이른다”며 “이를 고려했을 때 장기간 부적절한 자세의 작업, 중량물 취급 등으로 인해 허리에 상당한 신체적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가 입사 16년차인 2012년에 이미 수십 차례 지속해서 진료받은 내역도 근거가 됐다. 과거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을 당시 업무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한 직업환경의학과 자문의 소견도 업무상 재해 판단을 뒷받침했다. 다만 ‘척추후방전위증’의 경우 상병 진단을 할 수 없다는 질병판정위원회와 진료기록 감정의 소견을 존중했다.

A씨를 대리한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이번 판결은 노조활동으로 사무업무를 했더라도 기존 신체 부담업무로 인해 퇴행성 변화가 가속됐다고 인정된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척추후방전위증의 경우 주치의 소견이 법원 감정에서 인정되지 않은 것은 산재소송의 고질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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