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금속노조가 노조 집단탈퇴 의사를 묻는 투표를 총회에 부친 포스코지회 임원과 조합원 6명을 제명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이라는 노동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지난달 27일자 <매일노동뉴스> 기사를 읽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지난해 12월 금속노조가 지회 임원 및 조합원들에 한 제명처분이 노조법에 위반한다고 판단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했는데, 이에 대해 경북지노위가 지난달 24일 2차 심문회의를 열고서 이같이 의결했다. 노조법은 “행정관청이 노동조합의 규약이 노동관계법령에 위반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령할 수 있고(21조1항), 행정관청은 노동조합의 결의 또는 처분이 노동관계법령 또는 규약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같은조 2항), 이러한 규정들에 근거해서 노동부는 금속노조에 시정명령을 한다는 것이다.

2. 지난해 말부터 시끄러웠다. 산별노조에서 소속 지회·분회 등이 집단탈퇴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론,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까지 나서 매도했다. 이를 받아 보수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 나라 산별노조들이 무슨 대단히 부당하고 불공정한 짓이라도 하는 것처럼 부풀려 왔다. 당시 포스코지회 사례를 가지고 대대적으로 증폭시키더니 1월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노조탈퇴를 이유로 하위노조에 대한 상위노조의 고소·고발, 제명, 업무방해 등을 ‘탈퇴 방해’로 규정하고 금지한 일명 ‘민주노총 탈퇴방해 금지법’을 발의하고, 2월에는 노동부가 지부·지회 등의 집단탈퇴를 제한하는 금속노조·사무금융노조·공무원노조의 규약 시정명령 추진을 발표했다. 이런 소란을 지켜본다는 것,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 나라 노조들이 무슨 대단한 갑질이라도 부리는 것으로 몰아가는 걸 지켜보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할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단결권 보장에 핏대를 세워 주장하는 걸 무심히 지켜보기 어렵다. 그래서 더는 참지 못하고 이렇게 한마디할 수밖에. ‘시끄럽다.’

3. 매일노동뉴스 보도를 보면, 지난해 12월 노동부 포항지청은 포스코지회가 그해 11월28일부터 사흘간 금속노조 탈퇴 의사를 묻는 총회를 진행 후 산별노조 탈퇴·기업노조 설립신고를 하자 “총회 참석 조합원 명부 미제출로 총회 참석 조합원 자격 적격 여부와 총회 성원 및 과반수 출석 확인이 불가하다”며 노조설립 신고를 반려했다. 당시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포항지청 근로감독관은 “‘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소집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총회소집이 안 된다’고 말하니 (전 지회 간부가 조합원 명부 등) 나머지 자료들도 제출을 못했다”며 밝혔다. 그렇다면, 집단탈퇴를 위한 지회 총회 절차의 하자가 있었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집단탈퇴 총회 결의가 효력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이 포스코 사례는 노조, 즉 산별노조가 소속 지회 조합원들의 집단탈퇴를 제한 내지 금지한 것이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속노조는 집단탈퇴를 위한 지회 총회를 추진한 지회 임원 및 조합원들에 대해 조합 차원에서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을 했다. 바로 이러한 징계처분이 노조법에 위반한다고 포항지청은 경북지노위에 의결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경북지노위는 의결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법에 따라 노동부(포항지청)는 금속노조의 제명처분이 노조법에 위반하는 것이라고 시정명령할 것이 예정된 것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집단탈퇴를 제한 내지 금지하는 노조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하겠다고 한다.

4.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설립 등 조직과 운영, 활동에 관해 규제하고 있는 법률이다. 이 법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1조 목적). 한마디로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해서 단체교섭하고 파업 등 단체행동할 자유의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 노조법이다.

당연히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게 법규정들을 해석, 집행해야 한다. 여기서 단결권이란 단순히 노동자가 노동조합 등 단결체를 조직할 자유를 넘어서 그 단결체가 스스로 정한 규약에 따라 운영할 자유를 포함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굳이 ‘자유’라고 쓴 것은 단결권 등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자유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본래 이 세상에서 자유란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를 말한다. 노동자가 노동조합 등 단결체를 조직해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 국가가 제한·금지하고 있다면 단결권, 즉 노동자가 단결할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대한민국의 노조법을 살펴보면, 온통 제한하고 금지하는 것투성이다. 부칙을 포함한 100개가 넘는 조문 중 부당노동행위 등 몇 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해서 활동하는 것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규정들이다.

노조설립에 관해서 보자면, 형식적·실질적 요건에 절차적 요건을 정해 두고서 이 경우에 한해 노조를 설립해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렇게 설립된 노조를 운영하는 데 총회·대의원회 등 의결의 기구 및 절차·요건 등을 규정하고 대표자·임원 등 집행의 기구 및 그 권한 등을 규정해 놓고 이에 따르도록 조직 운영에 관해서 규제하고 있다. 여기에 노조가 대외적으로 활동함에 있어서는 주체·목적·시기와 절차·수단과 방법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이렇게 우리 노조법을 들여다보면, 어째서 노동자의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한다면,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해서 활동할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어야 하고, 이를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노조법은 거꾸로 노동자의 자유를 빼앗고 있다. 노조와 관련해서 단결의 자유란, 노동자들이 노조를 자유롭게 조직해서 스스로 정한 규약에 따라 조직·운영하는 걸 국가(권력)이 보장하는 걸 말한다. 노조 내부 조직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스스로 정한 규약을 통해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것이 노조와 관련한 단결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노조법은 대한민국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통한 단결권 행사, 즉 단결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로 단결권 내지 단결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바쳐져 있다. 노조의 조직 변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설립된 노조가 합병·분할하고 그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조차도 스스로 규약에 의해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할 수 있도록 하지 않고, 노조법은 그 의결의 기구와 요건·절차 등을 규정해 규제하고 있다.

5.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이번 포스코 사례의 경우 포스코지회가 노조가 정한 규약에 따라 지회 총회 등을 통해 조직형태 변경 등을 의결해서 집단탈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노조 규약규정에서 지회 차원에서 집단탈퇴하는 조직형태 변경 등의 결의를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를 국가(권력)가 인정하는 것이 단결권 행사 내지 단결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회 차원에서 집단탈퇴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그래야 단결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권력은 시정명령을 하고,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는 소동이 오늘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우리 노조법조차도 이런 식의 집단탈퇴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노조법은 어디까지나 노조의 총회 의결사항으로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이에 대한 의결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지, 단위노조의 하부조직인 지회·분회가 단위노조로 조직형태 변경할 수 있도록 지회·분회 등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이에 대해서 과거 기업별 노조가 산별노조의 지회로 조직형태 변경했던 것처럼 그 반대로도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노조법은 지회 등 노조의 하부조직이 아니라 노조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노동자에게 노조를 탈퇴할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과, 지회가 단위노조로 조직형태 변경을 통해서 집단탈퇴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전자는 노동자에게 단결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후자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후자는 특별히 입법할 문제일 뿐인데, 오늘 이 나라에서 이런 입법은 노동자의 노조를 통한 단결을 약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의심해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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